[사설] 홍준표 체제 출범… 보수 재건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7-03 18:07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3일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됐다. 홍 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경쟁자들을 압도적 표차로 눌렀다. 4명의 최고위원과 1명의 청년 최고위원도 함께 뽑혔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6일 이정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200일 만에 정상적인 지도부가 출범하게 됐다. 홍 대표는 5·9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홍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을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사정은 지리멸렬 그 자체다. 소속 의원들은 제 목소리 내기에 급급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핵심 친박계는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한국당 지지율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관심을 끌었어야 할 대표 경선은 막말로 얼룩졌다. 반성과 성찰은 없었다. 새로운 인물은 부각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제공자 중 한 사람이 홍 대표라는 게 더 문제다. 대선 패배 이후 은인자중했던 과거 대선 후보들과 달리 소방수를 자임했다. 반성 기간 없는 재등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설화도 멈추질 않고 있다. 107석을 가진 제1 야당의 현주소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당이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이런 탓에 홍 대표에겐 혁명에 가까운 혁신이 요구된다. 모든 것을 바꾸는 수준의 쇄신을 통해 수구 정당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 인적 쇄신과 조직 정비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핵심 친박계에 대한 정리도 일정 정도 필요하다. 조직 쇄신을 위해선 새로운 인물 영입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홍 대표도 필요하다면 대표 자리까지 던질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무조건적인 대여 강경 투쟁에서 벗어나 대안 보수 세력으로 거듭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홍 대표에겐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한 튀는 발언보단 안정적 행보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달라질게요’라는 전당대회 슬로건이 또다시 헛구호가 된다면 한국당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론 홍 대표에게 보수 가치 재정립이라는 막중한 과제도 부여돼 있다. 보수정치세력이 장기적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길로 나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보수 세력의 새로운 전략과 비전 제시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보수 지지층의 부활 그리고 보수정치세력 재결집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다. 이번 기회에 보수의 싹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보수정치세력은 오랜 시간 빛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내년 지방선거가 새로운 보수 가치의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