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치열한 신경전 끝에 대북 이니셔티브를 확보한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뉴베를린 선언’을 내놓는다. 2000년 햇볕정책 구상을 밝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의 뒤를 이어 대북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포괄적 접근법을 천명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5∼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 순방에 나선다. 이 기간 중 베를린에서 예정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뉴베를린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연설문 초안을 가다듬고 있다”며 “초안이 완성되면 문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대화 병행 추진에 합의했다. 양국 공동성명에는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지했다”고 적시됐다. 보수정권 아래 압박 일변도 대북 정책 대신 문 대통령이 제안했던 ‘핵 동결→핵 폐기’의 2단계 프로세스 도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뉴베를린 선언의 메시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대북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담대한 제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서 지난 9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라며 “남북이 상호 신뢰 하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DJ의 베를린 선언을 계승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수정·보완해 대북 정책의 장기적 원칙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G20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사드 갈등은 풀었지만 이젠 중국과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해소하고, 중국과 대북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주권의 문제이고, 북한 도발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북핵 위협 해소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철회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사드 배치 문제만 가지고 양국 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만큼 여러 현안에 대한 패키지 딜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G20에서 우선 회동한 뒤 조만간 양자 정상회담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여러 현안의 해법을 찾은 것처럼 시 주석과도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겠다는 의도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연기 결정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요구는 결국 배치 철회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
대북 주도권 쥔 文대통령 ‘뉴베를린 선언’ 내놓는다…5일부터 獨 순방
입력 2017-07-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