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금융그룹’이라는 왕좌를 놓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KB금융은 1위 탈환을 자신한다. 신한금융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신한만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3일 ‘7월 정기 조회사’에서 리딩뱅크 탈환을 자축했다. 윤 회장은 “이번 상반기 ‘KB의 명예회복’이라는 뜻 깊은 전환점을 만들어냈다”며 “KB의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주가를 역전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7년 만에 ‘금융대장주’ 자리를 탈환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명실상부한 ‘코리아 베스트’로서 우리 손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실을 KB인의 자부심과 긍지로 간직하자”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미래의 은행’이 되기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KB만의 ‘위닝샷’(Winning Shot·승리와 직결되는 타구)을 계속 발전시켜 최적의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과 ‘일코노미’(1인 가구와 이코노미의 합성어) 같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주문했다. 그룹 시너지 확대와 글로벌 진출 강화, 디지털 경영환경에 맞는 조직체계 구축도 언급했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달 27일 밝힌 ‘원 신한’ 전략과 상당부분 맞닿아 있다.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경쟁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앞질렀을까. 여러 지표는 KB금융의 손을 들어준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8701억원을 거두며 신한금융(9971억원)과의 격차를 좁혔다. 에프앤가이드 등은 올 2분기 실적에서 KB금융이 소폭 앞설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바꾼 효과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주가의 경우 지난 1월 25일 KB금융이 4만6300원으로 신한금융(4만5800원)을 제쳤다. 시가총액도 지난달 29일 KB금융이 24조1668억원으로 신한금융(23조6625억원)을 추월했다.
다만 1인당 생산성은 숙제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올 1분기 신한은행은 직원 1만4358명이 영업이익 6623억1000만원을 거둬 1인당 4613만원을 벌었다. 반면 KB국민은행(직원 1만8254명)은 영업이익 6346억6500만원으로 1인당 3477만원에 그쳤다. 그 밖의 총자산이나 건전성 지표 등에서도 신한금융이 앞선다.
KB금융의 1위 탈환에 신한금융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 카드, KB는 증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때문에 해당 업종의 업황에 따라 금융지주 성적도 갈리게 된다”며 “화학적 통합을 이뤄가는 KEB하나은행,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뛰는 우리은행 등도 격차를 좁혀가고 있어 순위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시장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금융대장株 탈환 KB, 맞수 신한과 ‘리딩그룹’ 육박전
입력 2017-07-04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