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5월 초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하기로 노동계와 약속하고 협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개통된 지 6개월 된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이어 13년간 공들인 철도 구조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편익을 무시하고 이제 와서 누구를 위해 정책을 뒤집으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철도 민영화 논의는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정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노무현정부는 2004년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인 철도청을 운영(코레일)과 건설(철도시설공단)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일본 JR철도는 1987년 부분 민영화 뒤 2조엔 가량 적자에서 지난해 1조2096억엔의 흑자로 돌아섰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철도 선진국들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 요금 인하, 철도 안전사고 감소, 서비스 질 향상 등을 이루었다.
국내 철도도 지난해 말 SR 출범 이후 서비스·요금 경쟁이 이뤄지면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나고 있다. 코레일이 마일리지 재도입, 요금 인하, 서울역과 용산역 교차 출발 등을 시작한 것도 경쟁체제가 가져온 변화다. 서비스산업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지고 소비자 편익이 증대된다. 독점 운영체제가 되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비효율이 지속되고 국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통합을 주장해 왔다.
코레일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사와 인력을 줄이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툭하면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하면서 구조조정하기 싫으니 경쟁체제를 없애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철도개혁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정권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되돌린다면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사설] 노무현정부의 철도개혁도 뒤집으려는 문재인정부
입력 2017-07-03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