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중요한 정부 부서가 있다. 국민보다는 자기들만의 리그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많았던 부서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외부 인사가 수혈돼 장관에 임명됐다. 이른바 비(非)고시 출신이었고 부서 사상 첫 여성 장관 후보자였다. 국제무대에서 10여년간 활약해 대외 이미지도 좋았다. 외교부와 강경화 장관 얘기다. 다만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4강 외교, 북핵·미사일 등 현안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부족해 보였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런 지적이 많았다.
야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고,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 장관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이유였다. 비고시 출신에 정통 외교 관료가 아니어서 외교부 내부 반발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외교부 내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 오히려 강 장관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주류 관료들은 컨트롤하기 좋다는 의미에서, 다른 관료들은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강 장관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극단적인 해석이었지만,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강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이제는 정말 능력으로 보여주셔야 합니다”라며 외교부의 변화를 주문했다. 강 장관 답변은 조금 의외였다. 강 장관은 “절대적인 인원을 좀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부서의 수장이 부서 인력 증원을 요청한 것을 비판하긴 어렵다. 그래도 언론에 공개되는 대통령과의 첫 대면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주제였다.
강 장관이 국제무대에서 한 차원 높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 수도, 외교부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 과거 외부에서 수혈됐던 다른 장관들처럼 성과 없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결과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 강 장관은 그의 재임 기간 실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강 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주장이 반개혁적 주장이 아닌 것처럼, 강 장관 임명 자체가 개혁은 아니다.
국회는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로 경색돼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보고서는 3일 오후 가까스로 채택됐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보고서 채택은 여전히 난항이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교육 개혁의 적임자로, 송 후보자는 국방 개혁의 적임자로, 조 후보자는 노동 현안 해결의 적임자로 소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후보자 3명 모두 꽤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실례의 말이지만, 김 후보자는 교육보다는 정치 개혁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받았다. 송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지금도 ‘국방 개혁 적임자’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조 후보자 역시 노동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설명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인사청문회는 끝났다.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문 대통령은 후보자들을 임명할 것이다. 야당은 “협치는 끝났다”고 반발할 것이다. 강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때도 그랬다.
이런 전개는 조금 구태의연하다. 청와대와 야당은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특정인을 개혁의 상징으로 부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고 검찰 개혁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후임으로 지명된 박상기 후보자가 안 후보자보다 개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청와대도 김상곤 후보자가 아니면 교육 개혁이 어렵고, 송영무 후보자가 아니면 국방 개혁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할 수는 있겠으나, “반드시 떨어뜨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면 아주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면 기회를 주는 게 맞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됐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17명의 국무위원 중 10명이 박근혜정부 장관이었다. 기형적인 구도다.
남도영 정치부장
dynam@kmib.co.kr
[돋을새김-남도영] 장관 청문회 斷想
입력 2017-07-03 18:05 수정 2017-07-03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