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대표팀의 요아힘 뢰브(57)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이었다. 국가대표로 뽑힌 적도 없었다. 차범근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던 시절, 그는 ‘차붐의 백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10여년간 ‘전차군단’을 이끌고 다섯 번의 메이저대회(2010·2014 월드컵, 유로 2008·2012·2016)에서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압도적 전력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또 하나의 우승컵을 수집하며 세계축구계에 자신의 명성을 재차 각인시켰다.
독일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칠레를 1대 0으로 꺾고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뢰브 감독은 ‘독일 왕조’ 프로젝트의 근간이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유로 2000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뒤 새로운 전차군단 만들기에 돌입했다. 스타 출신의 루디 쨜러 감독이 2004년까지 지휘봉을 잡았지만 개혁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이어 2006년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뢰브 감독은 큰 그림을 그렸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겨냥해 2010 남아공월드컵 때 20대 초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것이다. 그리고 브라질월드컵에서 화려한 결실을 맺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뢰브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우승 멤버들을 대거 빼고 또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는 사실이다. 특히 공격진을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다.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라르스 슈틴들(28)을 제외하면 율리안 드락슬러(23)와 레온 고레츠카(22), 티모 베르너(21)는 20대 초반이다. 러시아월드컵 그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다.
뢰브 감독은 대표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과 선수들의 부상 및 공백에 흔들리지 않는 용병술,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전술 능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 높은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실리 축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독일은 멕시코와의 준결승에서 볼 점유율에서 42대 58로 밀렸지만, 예리한 역습으로 4대 1 대승을 거뒀다. 결승전에서도 볼 점유율은 39%밖에 되지 않았다.
독일은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C조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하며 본선 진출이 유력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젊은 대표팀에 기존 주전들이 가세하면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의 파괴력은 배가될 전망이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세계 최강 ‘전차군단’ 조련한 ‘차붐 백업’…獨 뢰브 감독
입력 2017-07-03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