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준 목사 “목사는 시대의 파수꾼… 하나님 음성 듣고자 깨어 있어야”

입력 2017-07-04 00:00
반세기 넘도록 국내외 목회 현장을 누빈 박조준 목사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성남의 세계지도력개발원 집무실에서 목회나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박조준 목사(왼쪽)가 지난달 22일 세계지도력개발원 회의실에서 목회나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목사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목사의 사명은 하나님의 말씀을 분명히 듣고 하나님을 대신해 이 백성을 깨우는 것이다. 곧 하나님을 대신하는 대사(Ambassador)의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설립자 박조준(83) 목사가 늘 강조하는 목회자상이다. 박 목사는 반세기 넘도록 국내외 현장에서 목회자로 섬긴 데 이어 지금은 후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목회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세계지도력개발원 집무실에서 박 목사를 만났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국내외 교계 분위기가 뜨겁다. 한국교회 원로로서 올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나.

“이벤트와 행사보다 당시 종교개혁가들이 품었던 정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즉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믿음을 지켜낸 초대교회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마르틴 루터만 해도 자신의 생명을 걸고 활동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믿음 덕분이다. 그런데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희생정신이 빠질 수 없다. 믿음과 더불어 희생 없이는 그 어떤 개혁과 변화도 있을 수 없다.”

-‘하나님이 목사를 시대의 파수꾼으로 세우셨다’는 메시지를 많이 전한다. 특별히 이 말씀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회자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수꾼의 사명은 언제나 깨어있는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세밀한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목회자의 마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땐 그 메시지를 듣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하나님께 다이얼을 맞추고 그 말씀을 듣고자 하는 간절한 자세가 바로 깨어있는 자세, 파수꾼의 사명이다.”

-요즘 많은 목회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저런 불미스러운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현직 목회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나.

“하나님의 대사라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목회자는 교만해서도 안 되지만 ‘나는 하나님의 대사’라는 긍지를 잃어서도 안 된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당당해야 한다. 겸손하되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해선 안 된다. 지위가 높고 권력을 가진 이라도 영적으로는 내가 돌봐야 할 양이다. 때로 그들이 죄를 지으면 깨우쳐주는 역할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파수꾼의 책임이다.”

-은퇴 이후 세계지도력개발원 등을 통해 목회 나눔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 시절, 나는 한국교회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랑의 빚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겠나. 그래서 ‘목회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자’하는 마음으로 목회나눔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많은 교회들이 갈등으로 상처받는 이때, 목회자의 책임을 절감한다. 목회자들과 함께 나의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있다.”

-최근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

“내가 속한 WAIC의 경우,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는 독립교회의 연합회다. 이번 포럼은 독립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을 되새기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에는 교권 의식이 강하다. 많은 교단들이 자꾸 교권화돼 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목회자의 신앙과 양심에 따른 목회를 권장하고 특기를 살려주고 격려하는 곳이 바로 WAIC다. ‘세례 요한이 들판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로 WAIC의 정체성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은 천지개벽을 하고 있지만 목회자의 목회원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목사가 돈 있는 자들에게 비굴하게 굴지 말라고 강조한다. 하나님의 대사로서 권위와 품위를 지켜달라고 강조한다. 더 중요한 건, 목회원리를 말하면서 ‘나를 본받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서로 애쓰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 그 과정이 목회자들에게 중요하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운동 시대를 거쳐 정보화,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건너오셨다.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분이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23편의 말씀처럼 참된 평안을 주시는 분이시다. 이는 세상이 주는 평안과 다르다. 하나님은 아울러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는 분이시다. 일생을 통해 깊이 체험한 진리임을 고백하고 또 고백한다.”

■박조준 목사 '2017 목회나눔' 강의 들어보니…
"행함이 있는 믿음 강조 목회 방향 잡는 데 도움"


"'지금 여기서' 내가 믿음으로 행하고 있는지 매 순간 테스트를 해야 해요. 사람은 원래 쉽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에요. 힘들더라도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는 성경말씀(딤전 3:8)을 실천해야 합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설립자인 박조준(83) 목사의 음성은 카랑카랑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성남 오리역 인근 세계지도력개발원 회의실에서 열린 '2017 목회나눔' 현장. 2013년 미국에서 귀국한 박 목사가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마다 현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목회경험을 나누는 자리엔 빈 좌석을 찾기 힘들었다. 상반기 마지막 강의가 열린 이 날, 수도권 각지에서 목사와 전도사, 선교사, 사모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줄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도 '누구 편에 설까'를 고민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편에 서야 마땅하지요. 손해가 나도 핍박이 있더라도 그 줄에 서야 합니다. 하나님의 종은 지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목회자)의 삶이 어쩌면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와도 같아요. 스스로 제약이 많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손해가 나더라도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인정받는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는 대로 거두는 법이에요."

목회자들을 향한 박 목사의 권면에는 '손해'라는 단어가 곧잘 등장했다. 하지만 목회자의 희생이 언젠가는 반드시 선한 열매를 거두는 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 목사 강의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올해 목회 10년차를 맞는 김인성(혜본중앙교회) 목사는 "박 목사님의 강의 내용은 세태와 타협하지 않는, 행함이 있는 믿음을 늘 강조한다"면서 "목회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상담사역을 하고 있는 이영옥(여) 목사는 "반세기 넘게 이어온 본인의 목회사역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늘 감동을 받고 있다"면서 "목회자의 책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해답을 제시해주신다"고 강조했다.

■박조준 목사는 1934년 평안남도 강동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문리대와 장로회신학대,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 영은교회(1960∼1966)와 영락교회(1973∼1984), 성남 갈보리교회(1985∼2003)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를 설립했으며 현재 세계지도력개발원 원장을 맡고 있다.

성남=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