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로 개헌 동력 상실

입력 2017-07-03 05:00
일본 도쿄에서 2일 실시된 도의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선거 상황판의 당선인 이름에 꽃을 달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항마로 이번 승리를 통해 차기 총리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P뉴시스

일본 민심의 바로미터인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압승했다. 사학 스캔들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코너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은 참패했다.

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도쿄도의원 선거 개표 결과 도민퍼스트회가 49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됐다. 도민퍼스트회와 연합한 공명당이 23석, 생활자 네트워크가 1석, 무소속이 6석을 챙겼다. 이들은 당초 목표였던 과반(64석)을 훌쩍 넘긴 79석을 확보했다. 고이케 지사는 “도민 의견이 반영된 정책들이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도민이 도정을 되찾은 순간”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존 57석을 가졌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단 23석을 차지했다. 이는 기존 최저 의석(38석)이던 1965년과 2009년 기록을 훨씬 밑도는 최악의 결과다. 당 내부에선 역사적인 패배를 인정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민당 도쿄도연합회장인 시모무라 하쿠분 간사장대행은 “당에 대한 불신, 국정 문제에 대한 비판이 예상보다 강했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19석, 민진당은 5석을 획득했다. 최종 투표율은 51.27%로 2013년 직전 선거보다 7.77% 포인트 높았다.

이번 선거는 여성 최초 도쿄도지사로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이케 지사와 사학 스캔들로 정치 생명의 역풍을 맞은 아베 총리가 대결 구도에 놓여 일찌감치 주목을 끌었다. 도쿄도 내 유권자 1126만여명 중 사전투표에만 135만5000여명이 참여한 것은 이번 선거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고이케 지사는 “지금까지 도의회는 과거만 되풀이했다”며 “다양한 인재를 모았다. 수시로 제안할 수 있는 의원을 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베 총리도 이번 선거 운동 기간 중 처음으로 아키하바라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반대쪽은 의식적으로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청중이 플래카드를 들고 “물러나라”고 야유를 보내는 사이 사학 스캔들의 핵심 인사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이 현장에 등장해 일대 소란을 빚기도 했다.

도쿄도의원 선거는 대대로 정치 풍향계 역할을 했다. 이번 선거로 지난해 8월 취임한 고이케 지사는 짜릿한 중간 성적표를 받아든 모양새다. 향후 정치 행보에 힘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반면 ‘아베 1강 체제’에만 의지해 온 자민당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아베 총리로선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해 온 헌법 개정의 동력을 잃게 됐다. 당내 입지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자민당 내 3대 파벌인 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당이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NHK방송은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