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에… 문재인 대통령 대북구상 탄력받나

입력 2017-07-03 05:00 수정 2017-07-03 18:10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각각 발언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 한·미동맹을 강화 발전시키고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지속하자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6개월 넘게 단절됐던 양국 정상외교를 완전히 복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언질을 받아내는 성과도 거뒀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제재 일변도’로 치닫는 듯했던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다시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3박5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대국민 인사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이어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이지만, 하나하나씩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면서 가겠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 커지고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합의한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가 어느 정도 입장 조율을 마쳤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상황 평가가 수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문제를 가지고 두 사람이 언제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가 과거와 같은 ‘찰떡 공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간 미세한 온도차가 없지 않았다. 우리 측 대북 해법인 ‘단계적·포괄적 접근법’ 문구는 문 대통령의 언론발표문에만 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문과 한·미 공동성명에는 빠졌다. 이를 두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양국 간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대화로 이끌지도 분명치 않다. 한·미 공동성명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 ‘최대의 압박’ ‘기존 제재 이행과 새 조치 시행’ 등 대북 강경 메시지를 그대로 담았다. 북한과의 대화도 ‘올바른 여건 하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문재인정부로서는 과거의 대북 압박 틀 속에서 창의적인 북핵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는 대화의 선제조건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갔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에 양보한 것 같다는 인상”이라면서 “문 대통령 본인의 포용정책은 예상 외로 ‘햇볕정책 2.0’이 아니라 보수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국방’ 차원에서 전작권을 회수하려는 문재인정부와 안보 부담을 동맹국과 분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공동성명은 두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 종료 후 무려 7시간이나 지나서 공개됐다. 공동성명은 통상 기자회견 전 취재진에 배포되는 것이 관례다. 공동성명 발표가 지연된 것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안 결재를 늦게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