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상곤 표절의혹 논문, 진보단체 보고서와 유사

입력 2017-07-03 05:00
사진=김지훈 기자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보다 앞서 발표된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의 연구보고서. 두 번째 결론으로 ‘지역노조의 강화 및 지역차원의 연대 활동 강화’가 제시됐다. 김 후보자 논문에는 이 부분이 ‘지역차원에서의 조직화’로 표현돼 있다. 최현규 기자
김상곤(사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중에서 표절·짜깁기 의혹을 받는 논문이 또 나타났다.

문제의 논문은 1999년도 한신대 학술연구비를 지원받아 작성된 것이어서 김 후보자의 도덕성에 흠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의 논문은 지금까지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아 온 공직 후보자들의 논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 논란이 됐던 후보자들은 교수 시절 제자 논문이나 동료 교수의 논문, 자기 논문 중복 게재 등의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진보단체의 연구보고서와 서적을 주로 베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 후보자의 논문은 2000년 8월 발표된 ‘한국의 실업노동자 운동 현황과 조직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벗어난 시점에서 당시 늘어난 실업자 문제를 지적하며, 실업자들도 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논문은 앞서 나온 최소 3건 이상의 진보단체 연구보고서와 서적 등에 실린 내용을 상당 부분 그대로 실었다. 한 대학교수는 2일 “문제의 논문은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학술적인 문제”라며 “김 후보자는 진보단체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물을 옮겨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김 후보자 논문의 결론이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실업운동정책생산모임’이 1999년 12월 발표한 ‘실업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자’는 연구보고서의 결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논문의 핵심인 결론 부분이 다른 연구보고서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표절 논란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998년 발간된 서적 ‘프랑스의 실업자 운동’ 내용이 김 후보자 논문에 구체적인 인용 없이 실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97년 연말에 발생한 프랑스 실업자 운동의 교훈과 한계가 거의 똑같다.

또 1999년 12월 ‘민주노동과 대안’ 27권(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발간)에 실린 연구보고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해야 할 역사적 임무’의 일부 내용도 김 후보자 논문에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의 2000년 사업계획서가 김 후보자 논문에 표로 들어간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산하 고용안정센터의 사업계획과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계획이 논문의 ‘표 3-1’, ‘표 3-2’로 각각 수록됐다.

김 후보자가 표절 논란을 사전에 의식했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다. 김 후보자는 문장의 일부 표현을 살짝 고치는 방식을 많이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중심적으로 투쟁을 전개해야 할 부분은 ‘근로기준법(근기법)’ 등의 개정 투쟁이 될 것이다”라는 표현을 “핵심적인 당면의 투쟁과제는…주로 ‘근로기준법(근기법)’ 등의 개정 투쟁이다”라고 손봤다. 수도권 대학의 교수는 “표현을 아무리 고쳐도 구체적인 내용이 비슷하다면 표절은 표절”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은 당시 받은 학술연구비가 얼마인지, 연구보고서를 쓴 진보단체와 어떤 관계였는지 등을 묻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김 후보자의 문제 논문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글=하윤해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김지훈 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