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위력… 도입 첫날부터 2골 ‘노∼골’

입력 2017-07-03 00:00
지난 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전광판에 표기된 ‘VAR 영상판독중’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날 처음 도입된 VAR을 통해 후반 18분 울산 이종호의 득점은 무효 처리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VAR(Video Assistant Referees System·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K리그에 도입되자마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골이 취소되거나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등 경기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VAR 도입이 고질적인 심판 판정 불신을 해소하고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긴 판정 시간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VAR로 전북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서울 선수의 반칙이 포착된 것이다. 전북 김신욱이 슛을 성공하며 경기를 1-1 동점으로 만들었다.

VAR이 첫 선을 보인 지난 1일에는 3경기 중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 FC의 경기에서 일부 득점이 무효처리가 됐다.

울산 이종호는 1-1 동점으로 맞선 후반 18분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런데 울산이 역습을 시작하기 전 한승규의 백태클이 VAR을 통해 반칙으로 지적되면서 득점도 취소됐다. 인천의 웨슬리도 1-0으로 앞선 후반 40분 헤딩슛으로 광주의 골문을 열었지만 기쁨도 잠시. 웨슬리의 골이 VAR에서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각 구단 사령탑 및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울산 이종호는 “내 골이 취소된 부분은 아쉽지만 앞으로 정확한 판정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VAR 정착을 위한 숙제도 주어졌다. 울산-수원 경기는 VAR 판정에 무려 5분 이상이나 소요됐다. K리그 관계자는 “대기심판석 영상 송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는데 시스템이 정착되면 1분 내외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VAR 적용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는 골 상황, 페널티킥 미판정 및 오적용, 즉시 퇴장 판정, 징계조치 오류 등 4가지 상황에서만 적용된다. 울산 이종호의 득점 상황은 한승규의 태클 이후 플레이가 한참 진행된 뒤에 나와 VAR을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VAR의 세계화도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일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 VAR 시범도입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VAR로 축구가 좀 더 공정한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 2018 러시아월드컵의 사전행사라는 점에서 내년 월드컵에서도 VAR이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