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대표이사가 4년 전 플레이오프에 앞서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시 ‘단순 개인 간 금전거래’로 간주하고 징계 사실을 비공개로 해 사안을 축소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 김승영(사진) 대표이사는 2일 사과문을 통해 “2013년 10월 한 심판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대여한 일은 사실”이라며 “당시 음주 중 발생한 싸움으로 인해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게 됐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해당 심판원의 호소에 제 개인계좌에서 급히 인출해서 빌려주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이날 2013년 10월 중순 두산 고위급 인사가 심판 최모씨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넸으며 해당 심판은 이튿날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전에서 구심을 봤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는 “당시의 금전 대여가 KBO 규약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며, 사려 깊지 못했던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전혀 아니며 전적으로 개인적 차원의 행위였음을 거듭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묵묵히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단에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KBO도 당시 사건에 대해 “심판 최씨의 개인갈취일 뿐 승부·경기 조작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KBO 관계자는 “최씨는 두산뿐만 아니라 여러 야구 선수 출신 선·후배, 야구 해설가 등에게도 빚과 합의금 등 급전을 이유로 개인적으로 갈취한 사실로 인해 그해 포스트 시즌을 마친 뒤 KBO리그에서 퇴출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해 인연이 있던 최씨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 김 사장이 돈을 건넨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두산과 삼성 간 한국시리즈를 앞둔 2013년 10월 21일에도 한 번 더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김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도 “2013년 10월 15일 이후 최씨가 심판으로 배정된 경기를 모두 모니터링 했지만 승부조작을 했다는 근거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을 처리하는 KBO의 대응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KBO는 뒤늦게 지난 3월 상벌위를 열고 ‘이해관계의 금지’ ‘금전거래 등 금지’ 등의 규약을 인용, 비공개로 김 대표에게 경고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과 두산 투수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건으로 프로야구 신뢰도가 추락한 지 채 1년도 안됐음에도 심판 금품 제공 사안을 비밀리에 처리한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KBO는 “최씨는 심판을 그만둔 뒤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두산 관계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어 비공개로 했다”고 해명했다.
모규엽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4년 전 PO 앞두고… 두산 ‘심판에 금품 제공’ 파문
입력 2017-07-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