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년 전 PO 앞두고… 두산 ‘심판에 금품 제공’ 파문

입력 2017-07-03 05:00
사진=뉴시스
2013년 10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고 있다. 포수 뒤에 있는 구심 최모씨는 전날 두산 관계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 대표이사가 4년 전 플레이오프에 앞서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시 ‘단순 개인 간 금전거래’로 간주하고 징계 사실을 비공개로 해 사안을 축소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 김승영(사진) 대표이사는 2일 사과문을 통해 “2013년 10월 한 심판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대여한 일은 사실”이라며 “당시 음주 중 발생한 싸움으로 인해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게 됐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해당 심판원의 호소에 제 개인계좌에서 급히 인출해서 빌려주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이날 2013년 10월 중순 두산 고위급 인사가 심판 최모씨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넸으며 해당 심판은 이튿날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전에서 구심을 봤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는 “당시의 금전 대여가 KBO 규약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며, 사려 깊지 못했던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전혀 아니며 전적으로 개인적 차원의 행위였음을 거듭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묵묵히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단에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KBO도 당시 사건에 대해 “심판 최씨의 개인갈취일 뿐 승부·경기 조작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KBO 관계자는 “최씨는 두산뿐만 아니라 여러 야구 선수 출신 선·후배, 야구 해설가 등에게도 빚과 합의금 등 급전을 이유로 개인적으로 갈취한 사실로 인해 그해 포스트 시즌을 마친 뒤 KBO리그에서 퇴출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해 인연이 있던 최씨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 김 사장이 돈을 건넨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두산과 삼성 간 한국시리즈를 앞둔 2013년 10월 21일에도 한 번 더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김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도 “2013년 10월 15일 이후 최씨가 심판으로 배정된 경기를 모두 모니터링 했지만 승부조작을 했다는 근거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을 처리하는 KBO의 대응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KBO는 뒤늦게 지난 3월 상벌위를 열고 ‘이해관계의 금지’ ‘금전거래 등 금지’ 등의 규약을 인용, 비공개로 김 대표에게 경고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과 두산 투수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건으로 프로야구 신뢰도가 추락한 지 채 1년도 안됐음에도 심판 금품 제공 사안을 비밀리에 처리한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KBO는 “최씨는 심판을 그만둔 뒤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두산 관계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어 비공개로 했다”고 해명했다.

모규엽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