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 맞은 미래에셋… 100억 벤처서 공룡 IB 도약

입력 2017-07-02 20:02
미래에셋 금융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997년 자본금 100억원 규모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업계 선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발선에 서기까지 그 성장세가 무섭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경영윤리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에셋은 지난 1일 자신들이 소유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임직원 350명이 참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반기 중 예상되는 미래에셋대우 IB 인가를 앞두고 세를 과시하는 성격이 짙었다. 박 회장은 기념사에서 “은행 중심인 한국 금융산업에서 미래에셋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래에셋의 모태는 박 회장이 97년 동원증권 퇴사 후 동료 8명과 설립한 미래에셋밴처캐피탈이다. 현재 미래에셋 전 계열사 직원은 약 1만1600명, 운용 자산은 368조원에 달한다. 계열사 미래에셋증권은 이전까지 업계 5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해 업계 선두 미래에셋대우로 거듭났다. 지난달 26일에는 네이버와 제휴하며 상대방 자사주를 5000억원씩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3800억원 규모 자기자본이 커지는 효과에 따라 자기자본은 7조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미래에셋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번번이 법망을 피해 비윤리적인 경영을 일삼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위해 15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일이 대표적이다. 법망을 피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려다 청약인원 기준이 넘친 게 감독 당국에 적발돼 과징금 20억원을 물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지난달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은 올 들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6차례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도 원성을 샀다. 지난달 29일을 비롯해 1월과 지난해 11월 연달아 모바일·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이 접속불량을 겪으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2일 “미래에셋은 계열사들이 거미줄처럼 출자구조를 형성해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대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금융지주사 형성명령제’를 도입해 감독 당국이 미래에셋을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투명화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각에선 사실상 박 회장 일가 소유의 미래에셋 비금융 계열사가 운영하는 골프장, 호텔 등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