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FTA 재협상 얘기 단 한마디도 없었다”

입력 2017-07-03 05:03
취임 후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밤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성남=이병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을 거론한 직후 청와대가 해명에 진땀을 뺐다. 청와대는 회담에 배석한 참모진이 총출동해 우리 측 기자들에게 일일이 브리핑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발표를 통해 ‘치고 빠지기’ 식으로 FTA 재협상 등을 거론하자 청와대는 상당히 당혹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인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한·미 FTA 재협상 얘기는 회담에서 단 한마디도 나온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미국 무역적자, 자동차·철강 분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우리 측이 충분히 설명하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은 철강, 자동차 분야가 협정 틀을 바꿀 만한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고 했다. 장 실장은 특히 “경제 분야 최고위직인 제가 재협상 논의가 없었다고 클리어하게 선언하러 왔다”며 “이것은 미국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감정 섞인 언급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확대정상회담에서 자기들(미국 측)이 모두발언을 통해 할 말을 다 하고, 기자들이 빠지니까 우리 측 말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카메라가 나간 뒤에는 우리가 압도했다. 그래놓고 (미 측이) 딴소리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 양국 통상·무역 분야 대화채널이 없다 보니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미국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확대정상회담에선 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 인사가 무역적자를 언급하면 우리 측이 최신 자료 등을 통해 이를 수정하고 반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 측이 한국의 연비규제가 엄격해 미국 자동차 수출입 어렵다고 하자, 우리 측은 “미국 자동차 수입이 FTA 이후에 383%나 급증했다. 우리 대통령까지 GM 차를 사용할 정도”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회담에서 주한미군 토지 공여를 통해 기여하고 있고, 방위산업의 대미수입 규모도 크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추가로 (인상)한다는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