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의 폐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1년7개월 전 질병관리본부에 문을 연 국가흡연폐해 실험실이 아직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2일 질본에 따르면 2015년 11월 설립된 실험실은 설립 후 현재까지 실험실 운영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담배성분 분석시험법을 확립하고 연구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갖추는 데만 1년 반 넘게 걸린 셈이다. 설립 당시 계획했던 실험 연구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실험실 설치는 세계보건기구(WT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권고한 내용이다. FCTC는 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이 흡연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험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이행하기 위해 실험실을 설치했지만 구색만 맞추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험실의 주요 목표는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파악이다. 담배회사가 공개를 꺼려하는 부분을 국가가 직접 밝힌다는 취지다. 설립 당시 담배성분 중 질병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을 분석하고, 흡연자의 특성에 따른 유해성, 동물실험을 통한 간접흡연의 영향 연구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흡연의 인체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야 할 실험실은 아직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는 정책을 간단히 돕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정책연구 용역 과제로 국내 시판 가향담배의 캡슐 성분·함량을 분석했다. 여성 흡연율 조사 대상의 소변 내 코티닌(니코틴의 대사산물) 시료 분석에도 두 달을 보냈다. 모두 성분분석 작업으로 본격적인 실험과는 거리가 멀다.
실험실은 아직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다. KOLAS 인정은 실험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이다.
연구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 데는 인력 부족 문제도 있다. 현재 실험실 전담 인력은 공무원인 보건연구관 1명과 기간제 연구원 6명에 불과하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흡연 폐해 증명한다더니… 19개월째 제자리걸음
입력 2017-07-02 18:59 수정 2017-07-02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