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씨 특혜취업 제보 조작 사건을 조사 중인 국민의당은 2일 안철수 전 대선 후보에 대한 면담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당 자체 조사를 마무리했다. 안 전 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 등 선거를 지휘했던 책임자들이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사전에) 제보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조사 결과만 보면 조작 사건은 당원 등 실무진의 독자적인 판단이라는 결론인 셈이다. 당 자체 조사로 밝히기 어려운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폭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당 차원 개입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안 전 후보 주변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는 지난 5월 5일 폭로 기자회견 전날부터 ‘뚜벅이 유세’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곳곳을 걸으면서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는 유세를 펴느라 폭로 기자회견에 관여할 겨를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안 전 후보는 폭로 기자회견 전날인 5월 4일부터 5·9대선 전날까지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기자회견 당일인 5월 5일엔 부산 일대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는 중이었다.
당시 ‘뚜벅이 유세’에 동행했던 당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부산 현장에서 폭로 기자회견 소식을 접하고는 ‘지금 상황에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탐탁지 않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 전 후보가 선거 막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고 도보 유세를 시작한 마당에 의혹 공세를 펴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은 남아 있다. 구속된 당원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 실무진 한두 명이 19대 대선 과정에서 최대 이슈였던 문준용씨 관련 제보 조작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보자 음성녹음 파일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이씨가 국민의당 대국민 사과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오전 안 전 후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구명 요청을 했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제보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안 전 후보와 독대하기도 했다. 또 이 전 최고위원은 폭로 기자회견을 나흘 앞둔 지난 5월 1일 박지원 전 대표에게 조작된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전송한 바 있다.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제보 내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며 당 내부 일부 관계자를 접촉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의혹 확산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집권여당이 기다렸다는 듯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섰다”며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위해 파괴 공작을 계속하는 데 참기 힘든 모욕을 받는다. 정치보복의 칼춤을 춘다면 사즉생의 각오로 맞설 것”이라고도 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제보 조작’ 몰랐다는 안철수… 檢 칼끝에 달렸다
입력 2017-07-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