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 관계”를 언급하며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을 공론화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과를 누리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고 청와대도 “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조만간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과 중국 등 16개국에 대한 무역적자 보고서를 제출할 경우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미국은 무역보고서에서 무역적자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미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협정의 재협상과 수정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특별 합동위원회 회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면 통상 전략을 재점검하고 기업과 정부가 공동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한·미 FTA에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개방하고 경쟁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내 반발이 있겠지만 통상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통상연구실장은 “원유나 가스 등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을 구매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기업은 투자 비중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미 한국 정부는 양국 간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 1∼4월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49%나 증가했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신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와 투자 분야, 안보 이슈 등 미국으로부터 받을 것도 많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와 안보도 같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포괄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논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 제도로 피해를 본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FTA 재협상 피할 수 없다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입력 2017-07-02 18:57 수정 2017-07-02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