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교회 대체할 수 있다고?

입력 2017-07-03 00:01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페이스북 커뮤니티 서밋을 하루 앞두고 지난달 21일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제 페이스북이 교회를 대체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새롭게 내건 목표다. 그러나 이는 교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첫 번째 페이스북 커뮤니티 서밋(Facebook Communities Summit) 행사에서 향후 10년간의 비전으로 ‘세상을 더 가깝게(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를 제시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기존에는 교회나 동호회 등의 모임이 사람들을 연결시켜줬으나 점점 참가하는 인원이 줄고 있다”면서 “앞으론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동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종교전문기자 피터 오메로드가 반론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자 기사에서 “페이스북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만 교회는 숨기고 싶은 부분도 드러내게 만드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에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과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교회가 불쾌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메로드 기자는 “비록 교회는 사람들이 가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최선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며 “여전히 좋은 교회는 SNS보다 더 나은 장소이며 저커버그의 기대와 달리 페이스북이 교회의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마가톨릭 영국 노팅엄 교구의 데이비드 팔머 신부도 비판에 가세했다. 팔머 신부는 지난달 28일 영국 매체 가톨릭헤럴드를 통해 “교회의 성찬식과 예배는 직접 만나야만 할 수 있다”며 “컴퓨터나 모바일로 관계를 맺는 페이스북은 교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회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답하며 사람들을 공동체에 속하게 만들지만 페이스북은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월 사용자가 20억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2004년 출범 후 8년 만인 2012년 월 사용자 10억명을 돌파했고 다시 5년 만에 20억명을 넘어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