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피땀으로 콩고에 대학 세웠더니… 형은 이사장, 동생은 총장에

입력 2017-07-03 00:00
콩고민주공화국 루붐바쉬에 있는 루붐바쉬기독대학의 수업 전경. 서울 한교회가 2002년 설립한 이 대학을 둘러싸고 명의 도용과 사유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교회 제공

서울 강남구 한교회(문성모 목사)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루붐바쉬에 설립한 ‘자유대학’을 둘러싸고 명의 도용과 사유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대학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을 지낸 이광선 목사가 이사장, 그 동생인 이광수 전 한교회 목사가 총장을 맡고 있으며 한교회는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한교회가 자유대학의 전신인 ‘루붐바쉬기독대학’을 세운 건 2002년이다. 예장통합 파송 콩고 선교사로 한교회의 후원을 받고 있던 곽군용 목사가 설립 실무를 담당했다. 대학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곽 목사를 중심으로 콩고한국장로교선교회(MPCC)를 구성하는 등 공동관리체제를 구축했다. MPCC에 한국인은 곽 목사뿐이었고 콩고인 목회자 7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부지구입과 건축 등에 필요한 일체의 재정을 지원했던 한교회는 매달 운영비용도 후원했다. 교인들도 선교헌금과 1004헌금, 특별헌금 등을 통해 대학 발전을 도왔다. 한교회 교회문제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순규 장로는 “대책위 조사 결과 한교회에서 그동안 30억원이 넘는 기금을 자유대학에 지원했다”며 “한교회 1년 예산이 8억5000만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힘에 부치는 후원을 한 셈”이라고 했다. 현재 이 대학은 재학생 4000명에 신학대학과 정보통신대학, 신문방송대학, 경영대학, 문과대학, 법과대학 등을 둔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대학이 위기를 맞은 건 MPCC를 이끌던 곽 목사가 2005년 목포 양동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대학 최고의결기구 수장이 후임을 세우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자 선교회의 현지인 회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교회 담임이었던 이광수 목사는 현지인들의 좌장 격인 분다 목사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김 장로는 “이 목사가 교회 몰래 분다 목사를 회유해 최고의결기구였던 MPCC의 명칭을 PCK로 바꾸는 정관 개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PCK는 예장통합 총회의 영문명이지만 총회 실무진은 전혀 몰랐다. 김 장로는 “당시 총회장이었던 이광선 목사가 교단 실무진과 상의 없이 PCK 명의의 공문을 만들어 마치 예장통합이 최고의결기구가 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로는 “예장통합의 영문명인 PCK를 사용해 콩고 정부로부터 공신력을 얻은 이 목사 형제는 은근슬쩍 대학의 핵심요직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4년 대학 명칭을 바꿀 때도 이광선 목사가 임의로 공문을 만들었다는 게 대책위 측 주장이다. 이광수 총장이 학교명을 자유대학으로 바꾸는 걸 허락해 달라며 형인 PCK 이광선 이사장에게 공문을 보내고 이 이사장이 이를 허락한다고 답신을 보내는 식이었다.

김 장로는 “이광선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장에서 물러난 상태였는데도 공문에는 여전히 PCK의 대표자인 것처럼 서명했다”고 했다. 이광선 목사가 총회 공문과 총회장 명의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파장이 커지자 한교회는 지난 5월 28일 공동의회를 열어 이광수 목사의 원로목사 자격을 박탈하고 월급과 사택 지원을 중단했다. 자유대학의 운영권을 예장통합 총회에 이양키로 결의했고 총회는 지난달 21일 이를 수락했다.

이광선 목사는 이에 대해 “한교회 측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자유대학을 사유화한 일이 없다”면서 “한교회가 자유대학에 많은 헌금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독으로 지원한 게 아니다. 한교회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안 된다. 예장통합 총회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