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악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말이 나오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말이 나와서 악수가 조심스럽다’고 말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옆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얘기를 직접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특파원들과 나란히 앉아 준비된 원고 없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맞은편 기자들이 손을 뻗으면 문 대통령에 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에 대해서 한국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자기는 악수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정상들을 만나면 독특한 악수법을 선보여 화제를 불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두 손을 포개 잡으며 친밀감을 표시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마치 상대를 제압할 것처럼 손을 꽉 움켜쥐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한테는 악수를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궁합이 아주 잘 맞다(great chemistry)’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굿(very very good)’이라는 말도 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또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데 우리가 스스로 낮춰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남북대화를 우리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은 너무나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들이는데 우리 내부서는 미국과 의견이 다를까 걱정하더라”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6자회담의 결실인 2005년 9·19공동성명이 도출될 때보다는 상황이 더 엄중해졌고 북한 핵과 미사일도 더 발전했다”면서 “그때와 같은 접근법은 안 되고, 지금 상황에 맞춰 고도의 전략전술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때 ‘한반도가 오래전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 부분에 대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오찬에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그 얘기가 나와서 과거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주변 나라들이 속국이 되면서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잃어버렸으나 한국은 수차례 침략을 받고도 우리 언어와 문화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은 수천년 동안 단일국가였고 과거 70년간 분단됐을 뿐이어서 그만큼 통일 열망이 크다고 했더니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없다”면서 “업무시간 외에는 자유”라고 말했다.
배석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우리도 휴가를 가도 되느냐”고 묻자 “청와대 직원들은 연차휴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 대통령 “트럼프 ‘이런 말 저런 말 나오니 악수가 조심스럽다’ 말해”
입력 2017-07-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