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짊어지고 조직 반발 헤쳐나갈 자 누구?

입력 2017-07-03 05:00

문재인정부 인사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검찰총장 인선이 본격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3일 오전 10시 회의를 열고 현재까지 천거된 후보자 13명의 면면을 분석해 3∼4명의 적격자 명단을 추릴 예정이다. 검찰사무를 총괄하고 전국 검찰청 공무원을 감독하는 검찰총장 자리는 1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총지휘해 온 제41대 김수남 전 총장은 지난 5월 15일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무거운 왕좌

수사·기소권을 가진 2000명의 검사를 통솔하는 검찰총장은 여타 외청장과 달리 장관급으로 예우받는 법조계의 요직이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이 그러하듯 내풍과 외풍에 자주 시달린 나머지 끝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8년 검찰청법이 개정돼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보장됐지만 이후 20명의 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이는 7명뿐이다. 취임 1년 내에 옷을 벗은 이가 무려 5명이다.

역대 총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정치권과의 이견이나 부담 때문에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25대 박종철 총장은 김영삼정부 당시 ‘여권 사정’의 서곡으로 간주된 슬롯머신 사건 수사 중 물러났는데, TK(대구·경북) 세력의 반격에 밀린 것으로 해석됐다. 27대 김기수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뒤 사직했다. 32대 김각영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를 향해 불신을 표명하자 총장직을 내려놨다.

불의의 사건사고 때문에 책임을 진 총장도 다수다. 30대 신승남 총장은 친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자 사의를 표해야 했다. 31대 이명재 총장은 서울지검에서 피의자를 구타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자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을 떠났다. 36대 임채진 총장은 수사하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사임했다. 39대 채동욱 총장의 경우 엉뚱하게도 혼외자 파문이 일었다.

검찰권과 검찰조직의 축소 이슈가 수장의 책임론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후배들의 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수뇌부가 용퇴 요구를 받게 되며, 이것이 검찰조직의 가장 무서운 특성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37대 김준규 총장은 형사소송법에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가 담기게 되자, 38대 한상대 총장은 중수부 폐지 등의 추진이 검란(檢亂)으로 이어지자 각각 자리를 떠났다. 한 전 총장을 성토하던 특수부 검사들의 대열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귀환’한 윤석열 검사도 있었다.

후배들이 무섭다

검찰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제42대 총장이 짊어져야 할 짐은 여느 때보다 더 무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낙점할 총장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 개혁에 공감할 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수사·기소 분리 등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결국 외부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검찰 내부를 잘 통솔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새 총장은 검찰의 이미지를 개선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과제도 떠안고 있다. 지난해부터 많은 검사들이 갖은 비위로 면직되거나 피고인 신분이 됐다. 후배 검사들의 비위 때문에 사과를 해야 했던 총장은 이전에도 많았다. 35대 정상명 총장의 경우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어찌 남의 허물을 밝히고 시비를 가릴 수 있겠느냐”고 했었다.

권위를 회복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국정 곳곳이 비정상적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국정농단 사태는 검찰총장의 권위마저 흔들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명맥을 잇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신설 예산을 검토할 때 국회에서는 “검찰총장이 자기의 검찰 수사철학에 따라서 운영할 수가 없게 됐다. 그게 우병우 민정수석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행히 현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찰수사 간섭을 있을 수 없는 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추천위가 추릴 명단에 검찰 내외부의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을 떠난 인사들 가운데에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이 검증군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가운데서는 김희관 법무연수원장, 문무일 부산고검장, 오세인 광주고검장 등이 비중 있게 거론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