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와 유통업체 모두 힘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농협 부산본부 직원 김모(40)씨는 2일 오후 태국산 달걀 32만개(컨테이너 1개 분량)를 실은 화물선이 부산항 제5부두(허치슨부두)에 입항하자 “달걀 가격 안정을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행방이 묘연하던 태국산 달걀이 국내에 도착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부산항과 인천항으로 도착한 태국산 달걀 첫 물량은 모두 97만여개다. 부산항에는 1개 컨테이너에 32만여개가, 인천항에는 2개 컨테이너에 65만여개가 실려 왔다. 당초 예상했던 200만개의 절반 정도다.
항구에 도착하긴 했지만 시장에 물량이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역 후 검역 작업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검역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맡게 되며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위생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정을 빨리 진행한다면 7∼10일 정도 후에는 시장에 물량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산 달걀은 알 당 100원 정도에 판매가가 형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수준이다 보니 지난해 12월 이후 고공행진 중인 달걀 가격 하락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가격 하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하루 3000만개가 소비되는 국내 유통시장에 100만개도 안되는 수입물량으로 값을 끌어 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태국산은 마트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보다는 주로 가공식품 분야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물량이 적은데다 신선도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있을 수 있어 일단은 주로 소규모 제빵업체나 식당 등에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산은 당초 지난달 21일쯤 첫 물량이 수입될 예정이었으나 수입업체의 차질로 일정이 늦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운송료와 할당관세 등을 지원했던 미국산과 달리 태국산 달걀은 정부 지원이 없어 물량을 업체가 결정하다 보니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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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산 97만개 계란으로 ‘바위’ 깰까
입력 2017-07-0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