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남녀 노인이 동거하더라도 치매 간병이 목적이라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남녀관계라기보다는 “자녀와 떨어져 사는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는 사이”라고 규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81·여)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을 계속 받게 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남편은 공무원이었다. 1996년 사별하고 유족연금을 받아왔다. 2010년 이웃에 사는 B씨와 알게 됐다. 서로 왕래하던 중 A씨에게 치매가 생겼다. 두 사람은 증세가 심해진 2015년 4월부터 약 1년4개월간 A씨 집에서 함께 살았다.
A씨 아들이 이를 연금공단에 알렸다. “모친과 B씨가 사실혼 사이”라는 취지였다. 공무원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는 사람이 공무원 외의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을 경우 그 권리를 상실토록 규정한다. 공단 측은 A씨를 방문 조사한 뒤 연금 지급을 중단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동거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서로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인 부부 생활로 인정할 만한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이 동거를 시작한 건 A씨 치매 증상이 악화된 시점이었고 당시 A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노년의 동거… 간병 목적이면 사실혼 아니다”
입력 2017-07-0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