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 티켓 심리적 마지노선은?

입력 2017-07-03 05:00
베를린필 공연 모습. 오는 11월 내한공연에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함께한다. 래틀은 다음 시즌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옮긴다. 모니카 리터샤우스 제공

오는 11월 내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필)의 티켓 값이 최고 45만원으로 결정됐다. 주최 측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1월 19∼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베를린필 티켓 가격을 2013년 내한 공연 때와 같은 수준으로 정했다. 재단은 오는 4∼5일 금호아트홀 유료회원을 상대로 먼저 티켓을 오픈한 뒤 7일부터 일반에 판매한다.

최근 클래식계에선 베를린필의 티켓 최고가가 50만원을 넘길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50만원은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티켓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 2008, 2011, 2013년 베를린필 공연은 모두 45만원, 2010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42만원, 2016년 빈필 43만원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최고가가 50만원을 넘질 않았다.

사실 베를린필의 2회 공연 제작비는 4년 전 약 24억원이었다. 당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석(2527석)을 45만원으로 팔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올해는 제작비가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최 측은 티켓 가격을 동결했다. 내부에선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티켓 최고가를 5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클래식을 후원해온 기업으로서 메세나에 의미를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11월 15∼16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초청하는 롯데콘서트홀 역시 최고가 40만원 안팎에서 티켓 가격을 정할 전망이다.

국내 클래식 기획사들은 그동안 티켓 수익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만큼 부족분을 기업 협찬으로 메워왔다. 기업들은 후원금을 내고 이중 일부를 티켓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협찬도 김영란법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티켓 가격이 높아서 관객층을 늘리기 쉽지 않고, 두텁지 않은 관객층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