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동작구 상도3동주민센터에서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 공개 행사가 열렸다. ㈜마이크로발전소,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세대 지속가능한도시전환연구실이 1년여의 시간을 들여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아파트 옥상이나 베란다에 설치하는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개선한 것이다.
시제품 개발을 담당한 마이크로발전소는 지난 2014년 창업한 청년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시작해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에 나서자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거치할 수 있는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모델을 개발해 제안했다. 서울의 주거 행태가 아파트 위주라서 지붕에 주로 설치하는 일반 태양광 발전시설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1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경기도, 인천·광주·대구광역시, 천안시, 김해시 등에 미니태양광 5000여대를 설치했다.
이번에 발표한 미니태양광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개인들이 손쉽게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치를 위해 집 베란다 창문이나 벽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마이크로발전소는 시제품에 대한 검증과 개선을 거쳐 완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4명으로 시작한 마이크로발전소는 현재 14명으로 직원이 늘었다. 지난해 16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기관(38) 대표는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이 비싼데다 태양광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전기를 만들어서 쓰는 게 사서 쓰는 것보다 더 싼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원전 비중이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지원책이 늘어나면 미니태양광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대중화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를 상대로 미니태양광을 보급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마이크로발전소 같은 에너지 분야 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선진국에서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에너지일자리’가 급성장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20만명이 에너지 분야에 종사한다. 이 중 2만6000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종사자다.
특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방법들을 제시하고, 관련 제도들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하는 ‘에너지 컨설팅’은 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는 1990년 ‘에네르기 아겐투어(에너지공단)’를 설립했다. 시민과 기업, 지자체, 정부부처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와 기후보호 문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데, 이 일을 하는 직원이 140명이나 된다. 이런 에네르기 아겐투어 조직이 독일 전역에 130여개나 있다.
독일의 잘츠부르크 주정부는 산하에 ‘에너지컨설팅팀’을 운영한다. 이 팀에는 5명의 상근자와 비상근 에너지 컨설턴트 40명이 고용돼 있다. 이들은 시민들이 전화나 인터넷,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에너지 컨설팅을 신청하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건물을 진단하거나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수행한다. 시민들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에너지 공급을 의뢰하거나 시공업체(단열, 배관, 보일러 등)에 에너지 고효율 설비의 시공을 의뢰한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컨설팅 사업이 막 시작됐다. 서울 동작구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전력수요관리사 10명을 뽑아 운용 중이다. 이들은 서울에너지공사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동작구 공동주택이나 학교, 복지시설, 빌딩 등 전력수요가 많은 곳들을 방문해 에너지 소비실태를 조사하고 에너지 절약 컨설팅을 제공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앞으로 서울시내 25개 전 자치구에 전력수요관리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와 재생에너지 생산 분야의 일자리는 이제 막 열리는 단계다. 서울시는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에 주목하고 에너지 관련 청년스타트업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적극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사이트(부지)를 전국에서 발굴해 공개하고 시민이나 기업, 단체 등 누구나 손쉽게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할 청년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창업교육도 시작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창업하고 컨설팅하고… 에너지, 일자리 창출 효자노릇
입력 2017-07-03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