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양천햇빛공유발전소 시작으로 전국 곳곳 미니 태양광 발전소 세울 것”

입력 2017-07-03 19:12

에너지 벤처기업인 루트에너지는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사옥 옥상에 99kW급 태양광 발전소인 ‘양천햇빛공유발전소’를 짓는다. 오는 19일부터 발전소 건설비용 1억8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다.

이 발전소는 서울시 공기업인 서울에너지공사가 부지를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일반 시민들이 펀딩으로 건설비를 조달하며, 양천구 주민공동체가 소유권을 갖는다. 루트에너지는 부지 물색부터 펀딩, 건축 등 발전소 건립 전 과정을 대행하며 사후 관리까지 맡는다. 공공기관과 지역주민, 청년스타트업이 함께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국내 첫 사례다.

덴마크에서 풍력발전을 공부한 윤태환(34·사진) 대표는 2014년 1월 루트에너지를 창업한 후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고 한다.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소 모델을 만들자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 제안한 지 1년여 만에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지난 달 29일 만난 윤 대표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고 해도 지역주민들 반대가 심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지를 활용하고 지역주민들을 펀딩에 참여시키고 지역에 발전소 소유권을 돌려주는 시민참여형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천햇빛공유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량 한전에 판매한다. 향후 20년 이상 발전을 할 수 있으며, 연간 4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에서 건설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투자자들과 나눈다. 루트에너지는 펀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수수료와 발전소 관리비를 받는다.

양천햇빛공유발전소를 시작으로 루트에너지는 전국 곳곳에 50kW∼1MW급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9월에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전 소유 변전소 부지에 99kW급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또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하는 노들섬에 신축될 건물들 옥상에 태양광을 깔아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들어 보자는 사업을 서울시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도시재생 사업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접목하려는 시도다.

윤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현재 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70GW 이상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태양광 발전소를 엄청나게 많이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1인기업으로 출발한 루트에너지는 현재 직원 7명으로 커졌다. 사무실도 최근 성수동 소셜벤처밸리로 이전하고 본격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가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용량이 10MW 정도만 되면 회사 손익을 맞출 수 있다”면서 “지금 99kW로 시작하지만 내년에 100MW까지 태양광 발전소를 늘리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