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한·미동맹’ 첫발 뗐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입력 2017-07-01 00:55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트롬 서몬드룸에서 열린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존 매케인(공화당) 군사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워싱턴=이병주 기자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30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 우리 대통령 중 취임 이후 최단시간에 열린 정상회담이다. 한·미 양국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산적한 현안을 국가 지도자가 직접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의중이 반영됐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문제를 비롯해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은 언제든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우려를 양국 정상이 조기에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의 발전적 미래를 재확인했다는 데 가장 큰 성과가 있다.

양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 문구를 조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전날 환영만찬이 예정보다 길게 이어질 정도로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았다. 국내에서 우려가 제기됐던 사드 배치 문제와 미국 내 불만이 고조됐던 한·미 FTA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대한 환영만찬 직후 트위터에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논의했다”고 밝히는 등 무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 표출했다. 양국은 이러한 서로의 입장차를 고려해 구체적인 성명 문구를 만드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잇단 외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불가피하며, 대북 대화도 요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내 제기되는 대북 유화 제스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응 문제, 나아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 필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 상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적 대응 등을 공동성명에 담는 데 성공했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데다 전임 정부의 외교 공백이라는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조속히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 정상 간 신뢰를 확인하면서 향후 5년간 필요할 때마다 수시 통화, 상호 방문 등을 통한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양국은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책 공조를 이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국이 제기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한·미 FTA에 대한 전면 재협상 등 국가적 통상 문제로 비화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