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사드 번복 의구심 버려도 좋다”

입력 2017-06-30 18:16 수정 2017-07-01 00:48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트롬 서몬드룸에서 열린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존 매케인(공화당) 군사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워싱턴=이병주 기자

화기애애했던 한·미 정상의 첫 회동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과 미 상·하원 의회 지도부 간담회는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현안 질문이 쏟아졌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북한의 군사 도발과 이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 민감한 질문이 잇달았다. 미국 언론이 몰려 현장 혼란이 심해진 탓에 문 대통령이 인사말도 채 마치지 못한 채 간담회를 시작하는 돌발 상황까지 생겼다.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 잇달아 간담회를 열고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지원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의혹과 오해를 해소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호적 자세를 취하더라도 정치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상당 부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하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여서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북한에는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것과 군사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민감한 질문도 쏟아졌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북한에)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의견은 어떠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도 지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중국이 역할을 더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북한을 방문했을 때 ‘판매용 미사일을 만들고 있는데 미국이 살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북한의 무기 판매 확산이 우려되는데 중국의 역할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도 문제지만 이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외국에 전하는 것도 문제”라고 답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태영호 전 북한 공사에게 들으니 북한에 유입되는 외부 정보에 따라 북한 주민의 태도 변화가 있다고 하던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고 질문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생활 속에 시장경제가 일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 모습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