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사드 철회 않고 北과 대화에 신중… 공은 트럼프에 넘어갔다” 갈등보다 단합 부각

입력 2017-07-01 05:00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 주변에 있던 지인을 부르고 있다. 워싱턴=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리자 미 언론과 행정부 주요 인사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미 두 정상의 갈등보다 단합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부를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번복할 의사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고, 개성공단 재개나 남북대화 역시 서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자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합심하고, 동맹 사이의 차이는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신은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번복하거나 북한에 달러를 제공하는 통로인 개성공단을 재개할까봐 미국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웠다”면서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드를 철회하지 않고, 남북대화도 조건이 옳을 때 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제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백악관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면서 한국을 제쳐둔 오류를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며 “한·미 간 어떤 심각한 마찰도 중국에 대한 압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얼마나 내야 할 것인지를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신에 중국과 북한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통신은 촉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문 대통령이 사드를 검토하는 데 매우 신중했지만 여러 단계에서 북한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일리 대사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드 배치 지연을 비판하는 의원들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 발사가 문 대통령을 계속 다른 길(미국과의 연대)로 밀어내고 있다”며 “물론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천천히 하려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사드 문제는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29일 포브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도 미국도 혼자서 북한을 상대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양국의 단합을 호소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을 변화로 이끄는 어떤 수단을 살펴보더라도 한국 정부의 협조가 아주 중요하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동맹국들의 안정을 확보하기보다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