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도쿄 여걸, 악재 휩싸인 아베 누를까

입력 2017-07-01 05:02



일본 도쿄에서 2일 실시되는 도의원 선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한판 대결이다. 최근 아베 총리에게 악재가 겹치고 있어 자민당의 부진이 예상된다. 자민당이 도의회 제1당 자리를 잃고 고이케 지사 세력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아베 정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구상과 개헌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도쿄 내 42개 선거구에서 총 127명의 도의원을 뽑는 선거다. 현재 57석인 자민당은 1당 유지가 목표다. 이에 맞서는 고이케 지사 세력은 과반(64석 이상)을 노리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신생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와 선거 파트너인 공명당, 생활자 네트워크, 무소속 일부가 고이케 세력으로 묶인다. 공명당은 국회에서는 자민당과 손잡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선 도민퍼스트회와의 공조를 택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민퍼스트회 지지율이 자민당을 소폭 앞서고 있다. 공명당 지지율까지 합치면 고이케 세력의 우위가 확실해 보인다. 다만 부동층이 많아 고이케 세력의 과반 확보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자민당은 의석이 45석 정도까지 줄더라도 1당만 유지하면 선방이다. 그러나 1당에서 밀려나면 아베 총리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개각 요구가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저인 38석을 밑돌 경우 ‘비(非)아베’ 세력이 결집, 내년 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도쿄 도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의 선행지표가 돼 왔다. 2009년 선거에선 민주당(현 민진당)이 압승하고 곧이어 열린 중의원 선거도 이겨 정권교체를 이뤘다. 2013년 선거에선 자민당이 후보 전원 당선을 이룬 뒤 참의원 선거도 석권했다.

아베 총리는 큰 선거에서 연전연승해 ‘아베 1강 체제’를 굳혔다. 하지만 이번엔 강력한 역풍 속에 선거를 맞고 있다. 총리가 직접 연루된 일련의 ‘사학 스캔들’과 논란이 많던 ‘공모죄 법’의 날치기 처리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27일엔 아베 총리의 정치 후계자로 유력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선거 지원 유세에서 자위대를 자민당의 군대로 여기는 듯한 실언을 내뱉어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모두 1강 체제를 과신하고 자만에 빠져 생긴 악재들이다. 위기감을 느낀 아베 총리는 바짝 몸을 낮춰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매우 힘든 싸움”이며 “엄한 꾸중을 받고 있어 당 총재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여성 최초 도쿄도지사로 취임한 고이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자민당 소속이던 고이케는 지난해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자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됐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그는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높였다. 아베 정권에 불만을 품은 표심은 제1야당인 민진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 고이케의 도민퍼스트회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고 고이케가 아베 총리와 달리 진보·개혁적 성향인 것은 아니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케가 아베 총리를 밀지 않아 사이가 틀어졌을 뿐, 정치적 성향은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이케는 개헌을 추구하는 극우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했고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이슈에 관해서도 전형적인 일본 우익의 입장을 드러냈다.

도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