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백악관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 룸’ 등 사적 공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깜짝 공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같은 색 넥타이를 한 문 대통령과 ‘커플 룩’도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7시50분쯤(현지시간) 환영만찬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문 대통령에게 “내 사적인 공간을 한번 둘러보시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미 예정됐던 만찬 종료시간(오후 7시30분)을 20분이나 넘긴 시점이었다. 이어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백악관 3층으로 올라가 트리티 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쪽 복도에서 저 끝까지가 나의 사적 공간”이라며 “당선되기 전에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지 몰랐다. 외부인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트리티 룸에 이어 ‘링컨 룸’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백악관 3층 동쪽 끝에 위치한 링컨 룸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사용한 침대와 책상 등이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링컨 룸에서 방탄유리 안에 있는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 원본도 공개했다. 그러곤 문 대통령 내외에게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아들 배런을 재우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 부부가 3층으로 올라간 시간은 오후 7시52분으로, 8시4분에 내려왔으니 12분가량 머물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지만 의전은 국빈방문(state visit)급 예우를 받았다. 문 대통령을 태운 의전차량이 오후 6시 백악관 남동문에 진입하자 의장대가 도열해 의장행사를 펼쳤다. 의장대 도열은 국빈방문에 따른 의전행사다. 만찬 역시 백악관 본관 국빈만찬장(state dining room)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고,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만찬 메뉴는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이었다. ‘차이브 버터와 허브로 조미한 캐럴라이나산 황금미(米) 비빔밥’이 주 메뉴로 제공됐고 전채 요리로는 단호박 맑은 수프와 제철 채소로 만든 케넬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복숭아와 라즈베리로 만든 테린, 바닐라계피향 쇼트크러스트 및 복숭아 소르베가 제공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섯 차례나 악수를 나눴다. 오후 6시 백악관 현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오른쪽 어깨에 왼손을 올리며 악수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팔꿈치 쪽을 가볍게 만지며 악수에 응했다. 이어 상견례 겸 환영만찬이 이뤄지는 동안 세 차례나 두 정상은 손을 잡았다. 환영 만찬을 마치고 헤어질 때도 마지막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약한’ 트레이드마크였던 ‘악수 돌발상황’은 한 차례도 없었다. 만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트럼트 대통령에게 “나도 가짜뉴스로 고통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류 언론과 ‘전쟁’에 가까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위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웃으며 “언론도 이 이야기를 들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트럼프, 文 대통령에 사적 공간 ‘트리티 룸’ 깜짝 공개
입력 2017-06-30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