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증세’ 시동 건 새 정부 조세정책

입력 2017-06-30 17:25
문재인정부의 조세정책 윤곽이 드러났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부자증세 서민감세’를 골자로 하는 조세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부자증세는 상속·증여세 자진신고 공제율 축소 또는 폐지,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세율 상향 등이다. 서민감세 세제로는 월세 세액공제율 확대, 임금 인상 중소기업의 근로소득증대세제 확대 등이 거론됐다.

국정기획위의 발표 내용은 예상된 것이었다. 부자증세와 서민감세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마당에 대자산가와 대기업에 더 이상의 세제 혜택은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 서민들에게 세제 지원을 함으로써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 경제 회생의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도 맞다.

그러나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수송용 에너지세제 등 민감한 부분을 내년 하반기로 미룬 것은 미덥지 못하다. 정부 입장을 보면 어느 정도 올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를 의식해 논의를 연기하는 것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손 댈 작정이라면 지금부터 따져봐야 한다.

조세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조급하게 서둘러서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1년 후에야 결론내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그 경우 실제 세제가 적용되는 것은 2019년이다. 현 정부 임기의 중간쯤부터 비로소 새 조세정책이 구현되는 셈이다. 근로자 절반이 근로소득세를 면제받는 조세체계도 뜯어고쳐야 한다. 조세 개혁의 출발은 국민개세주의이어야 한다.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은 소액이나마 세금을 낸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조세 개혁의 명분이 서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