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가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SNS의 대나무숲, 학내 대자보, 언론과 정치권을 통한 폭로 등 내부자 제보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순식간에 확산되는 시대지만 그만큼 조작에 속아 넘어가거나 검증 없이 일방적 주장이 퍼트려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보 검증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6일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근거로 제시했던 카카오톡 캡처 화면과 녹음파일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제보자인 당원 이유미(38·여)씨는 파일을 조작한 혐의로 29일 구속됐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주요 당직자들이 나서서 이씨의 파일을 공개하며 대통령 선거 구도를 흔들었지만 내부 검증은 사실상 전무했다. 무책임한 폭로에 당이 앞장선 꼴이다. 당 차원에서 조작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받자 “당 해체도 불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를 계기로 제보 창구가 다양해진 만큼 검증도 더 확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나무숲’이라고 이름 붙여진 각 학교의 SNS 익명계정이다. 누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을 곧바로 폭로할 수 있다. 제보의 접근성을 높였지만 검증 기능은 전무하다. 공익제보(신고)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제보를 받았을 때 경찰 등 수사당국으로 이첩시킨다. 비공식적 제보 창구인 언론사, 시민단체는 자체적으로 제보를 검증하는 절차가 있다.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의 경우 제보를 받으면 변호사 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가 증언과 증거를 검토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제보자를 신문하기도 어렵다”면서도 “제보를 받는 주체가 제보의 신뢰성에 대해서 유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사회 전반의 공익제보가 위축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당이 받은 제보를 자체적으로 판단한 뒤 바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공익제보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제보자의 주장이 나온 근거와 출처를 따지는 과정에서 제보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는데 이번엔 그런 절차도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부 감시만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비리 사실이 내부자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언론에 제보해 세상에 알렸다. 앞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도 내부 연구원의 제보로 알려졌다. 최근 익명 SNS 계정을 통해 전북 한 여고 체육교사의 성추행 의혹 제보가 쏟아져 전북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보 검증 절차와 제보자 신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검증에 치우쳐 제보자 보호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관계자는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 등을 도입한다면 신고 남발 우려를 줄이면서 제보자 신원 노출에 대한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지난 27일 공익제보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익제보자 보호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국민의당 사태… ‘검증’ 눈감은 ‘묻지마 제보’에 경종
입력 2017-06-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