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면 교회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실랑이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학생 한 명이라도 더 여름캠프(수련회)에 데려가려는 교사가 "재미없어 가기 싫다"는 학생을 설득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교사는 "개그맨 ○○○ 오고, 가수 ○○○도 온대" "수영이나 서바이벌 게임도 할 수 있어"라며 겨우 학생의 고집을 꺾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7∼8월 어린이(초등부)를 대상으로 하는 초교파 여름캠프가 확 달라졌다.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뮤지컬·댄스 공연, 레크리에이션으로 이뤄지던 ‘노는 캠프’ ‘재미있는 캠프’에서 성령의 은혜를 체험하는 ‘말씀 캠프’로 돌아선 것이다. 어린이 전문 사역자들도 “말씀을 통해 은혜를 받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형극 하나에도 열광하던 ‘기도원 캠프’
교회학교 여름사역의 꽃인 어린이 캠프가 붐을 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여름캠프들은 한국교회 부흥의 현장인 기도원에서 열렸다.
‘어캠’(어린이은혜캠프)으로 유명한 교회학교성장연구소 키즈처치리바이벌(소장 박연훈 목사)은 96년 용인 태화산기도원에서 처음으로 ‘초교파 어린이부흥회’를 개최했다. 1차에 1189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했다. 인형극에도 어린이들이 열광하던 때였다. 이후 대전 삼천리기도원, 마석 수동기도원 등에서 캠프가 잇따라 열렸다. 박 목사는 “잠자리와 씻는 것이 불편해도 오직 성령 충만으로 은혜를 받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여름캠프의 ‘기도원 시대’는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2005년부터 어캠은 리조트에서 열렸다. 98년부터 ‘예사캠’(어린이예수사랑캠프)을 진행하고 있는 21C교회학교연구소(소장 고현종 목사)도 곤지암실촌수양관, 공주변화산기도원 시대를 접고 양지파인리조트로 캠프 장소를 옮겼다.
고현종 목사는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시설이 좋은 리조트를 섭외하게 됐다”며 “이후 어린이들의 캠프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고 즐길 게 풍성했던 ‘맞춤 캠프’
200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 캠프는 리조트나 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도원에 비해 시설이 좋아지면서 캠프의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리조트에서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공연들이 펼쳐졌다. 크리스천 개그맨이나 가수들을 초청하거나 뮤지컬·힙합·댄스 공연, 영화상영 등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박 목사는 “캠프 때마다 아이들이 놀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며 “아이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버블·매직쇼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밌어진 캠프에 참여인원도 꾸준히 늘었다. 어캠의 경우 리조트로 장소를 옮긴 후 1만명을 넘기다 평양대부흥100주년을 맞던 2007년 1만6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그러다 2010년을 정점으로 어린이 수는 줄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어캠에는 7000∼8000명의 어린이들이 찾고 있다.
다른 캠프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어린이교육선교회(회장 김종준 목사)가 매년 실시하는 꽃동산성령체험캠프도 2000년대 초부터 어린이 수가 꾸준히 늘어 2010년엔 2만명을 넘었지만 이후론 조금씩 줄고 있다. 예사캠도 2010년까지 평균 5000명을 유지했다. 이후 2500∼3000명으로 감소했다. 고 목사는 “어린이 인구수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그보단 교회에 청장년층이 무너지고 학원으로 아이들이 내몰린 게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흥미 위주로 흐른 여름캠프가 아이들에겐 잠깐의 재미와 만족을 줬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음에 구원의 확신, 믿음의 확신까진 심어주진 못했던 것 같다”며 “캠프에서 말씀을 통해 은혜를 받아야 신앙생활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령의 은혜 갈망하는 ‘말씀 캠프’ 잇따라
“저녁 부흥회 때 기도하면서 성령 충만을 받았다. 두 손 들고 찬양하는데 마음이 엄청 기뻤다. 둘째 날 아빠를 교회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할 땐 계속 눈물이 났다. 앞으로 열심히 기도하면서 신앙생활을 해야겠다.”
2년 전 꽃동산성령체험캠프에 참가했던 한 초등학생의 캠프 간증문이다. 이 캠프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식 목사는 “어린이 사역을 오랫동안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게 교회학교의 부흥은 특별한 행사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라며 “행사에 예산과 인력, 시간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이들을 더 훈련하고 교육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올여름엔 말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어린이 캠프에 가보는 건 어떨까. 꽃동산성령체험캠프는 오는 21일부터 경기도 양주시 꽃동산캠프장과 충남 금산군 서대산드림리조트에서 2박3일씩 8차에 걸쳐 진행된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어캠’의 장점은 원주 오크밸리리조트,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경주 코오롱호텔, 남원 중앙하이츠콘도 등 전국 8곳에서 열리다보니 이동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2박3일 캠프 기간 동안 교사반을 따로 운영해 사명부흥회, 어린이상담이나 분반공부법 등 교회학교 부흥을 위한 실제적인 훈련도 받을 수 있다.
예사캠은 21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양지파인리조트에서 다섯 차례 진행된다. 3년째 십계명을 주제로 어린이들과 은혜를 나누고 있다. 올해는 제3계명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다.
1박2일, 일일캠프도 열린다. 엘조이선교회(대표 김창호 목사)는 26∼27일 충북 괴산군 새찬양교회 비전센터에서 선착순 1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엘조이비전캠프’를 개최한다. 5명 미만의 농어촌·미자립교회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교회교육선교회(회장 김성환 목사)가 실시하는 ‘만원캠프’는 15일부터 한 달 여 동안 매주 토요일, 금요일에 일일캠프로 진행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노는 캠프’에서 ‘말씀 캠프’로 우리 어린이캠프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7-07-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