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개혁안’… 최저임금 인상 대비해 소상공인 부담 덜어준다

입력 2017-06-30 05:01
새 정부의 조세 개혁 방향이 29일 모습을 드러냈다. ‘부자 증세’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영세사업자 지원과 납세자 서비스 강화 방안’이다. 서민의 월세 부담을 낮추는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등을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법인세 인상과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대신 당장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 차원에서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가업 상속 시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의 공제폭을 축소할 전망이다.

재기 자영업자, ‘밀린 세금’ 한시 면제

국정기획위는 조세 개혁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과 별도로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에 서민·영세사업자 지원방안을 담기로 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월세 세액공제율 확대다. 현재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75만원 한도에서 월세금액의 10%를 세액공제해주는데 이 공제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전체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리면 임금증가분의 10%를 세액공제해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 공제율도 상향 조정한다. 공제 대상 근로자의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면 ‘소액 체납’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액 체납액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압류 압박 등으로 재기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2010∼2014년 연소득 2억원 이하 영세 재기사업자에 대해 결손처분액 중 500만원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준 적이 있다. 정부는 면제한도액을 높이고, 적용 대상자를 늘려 한시적으로 다시 이 제도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상속·증여 세액공제 대폭 축소될 듯

정부는 재산 상속이나 증여에 부과되는 상속·증여세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고액자산가의 자발적 세금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재산 상속·증여를 미리 신고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제도’를 손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날 ‘상속·증여세제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현행 신고세액공제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신고세액공제는 상속이 이뤄진 지 6개월 이내, 증여가 이뤄진 시점에서 3개월 이내에 자진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의 7%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자진신고를 유도해 탈세를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과세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제도를 축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때 공제율을 3%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었다. 상속세의 경우 전체 피상속인 가운데 2%만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공제율을 줄여도 세금 부담은 주로 고액재산가에게 돌아가게 된다.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 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가업상속제도 역시 폐지 기로에 섰다. 10년 이상 된 가업의 경우 200억원, 20년 이상이면 최대 500억원까지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이를 적용해 과세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공청회에서 “기업이 왜 원활하게 상속돼야 하는지, 왜 순조로운 승계를 보장해 줘야 하는 건지, 꼭 상속으로 원활하게 창업주의 자녀에게 기업이 이전돼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글=조민영 정현수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