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2400 터치 ‘새 역사’… 코스피 2500까지 내달릴까

입력 2017-06-30 05:00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400을 넘어선 29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지수가 장중 24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00∼2200 박스권에 머물던 악몽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코스피의 고공비행이 하반기에도 계속되려면 고질적인 위험요인을 이겨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형주 쏠림현상, 외국인투자자 비중, 국내 투자자금 여력 등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

코스피지수는 29일 13.10포인트 오른 2395.66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2402.80까지 올라 장중·종가 사상 최고가를 모두 새로 작성했다. 지난달 22일 2300선을 넘어선 지 1개월여 만에 2400선마저 뚫은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1662억원을 팔았지만 외국인은 1000억원, 기관은 204억원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장 코스피 오름세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고 본다. 연초 불안함을 연출했던 국제정치와 경제 변수가 대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지금 상태라면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 관련 이슈 정도가 그나마 변수일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도 박스권에서 안정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지역도 경기회복으로 방향을 틀어 변동성이 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100→2400’ 등락의 역사

1983년 1월 4일 처음으로 종합주가지수 개념인 코스피가 탄생했다. 3년 전인 80년 1월 4일 코스피를 추산해 100포인트로 산정했다. 이전에는 종합주가지수라는 단위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아 매일 업종별 주가, 거래량, 시가총액 등이 적힌 인쇄물을 투자자에게 배포했다.

10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80년대 ‘3저 호황’을 타고 상승해 89년 3월 31일 1003.31을 기록, 1000선을 넘어섰다. 90년대 들어 등락을 거듭하다가 97년 12월 3일 외환위기(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가 터지면서 370대로 급격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2000년을 전후해 ‘IT 산업의 봄’을 맞이하면서 주식시장에도 활기가 돌았다. 2000년대 초중반인 세계경제 황금기(골디락스) 때 코스피도 거침없는 상승장을 연출했다. 2007년 7월 25일 2004.22로 2000선에 닿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1300대로 고꾸라졌다. 경제 회복과 함께 오름세를 타기도 했지만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3가지 불안 요소

코스피지수가 고공비행하려면 고질적인 위험 요인을 이겨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0.5% 오른 239만70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시가총액이 313조2120억원에 이르렀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나 된다. 향후 정보기술(IT)주 강세가 꺾이면 삼성전자 주가가 시들해지면서 코스피지수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

‘외풍’에 취약해진 것도 불안 요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보유한 주식 규모는 571조632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말보다 14조2110억원 늘었다.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6.83%까지 높아졌다. 예상하지 못한 글로벌 변수가 발생해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면 그 공백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국내 투자자금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과거 상승장의 경우 외국인이 초반에 주도하고, 국내 투자자가 추가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빌린 투자금’을 뜻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국내 증시에서 8조5103억원에 이르렀다.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시장은 4조1346억원이다. 그만큼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조효석 안규영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