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계열사 누락’과 ‘소유주 허위 기재’ 혐의로 검찰 수사가 예고된 데 이어 무리한 임대료 인상 탓에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 조사까지 받게 돼 사면초가에 빠졌다.
임대주택 사업을 독점하다시피하며 벌어들인 돈을 부동산 쇼핑에 쏟아부은 부영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중근 회장 1인 독식 체제가 야기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은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영주택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 건에 대해 공정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전주시 덕진구 하가지구 부영 임대아파트다. 2014년 10월 지어진 해당 단지 전용 59㎡의 경우 입주 당시 임대보증금이 9200만원, 월 임대료는 30만원이었다. 그러나 부영 측이 2015년과 지난해 5%씩 임대료를 인상해 임대보증금은 1억1430만원, 월 임대료는 33만1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지난해 10월 2차 재계약 당시 부영이 임차인들과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임대료를 5% 더 올렸다는 게 전주시와 주민들 주장이다.
전주시는 주민의 민원이 잇따르자 두 차례에 걸쳐 부영 측에 임대료 상승폭을 2.6% 이내로 맞춰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부영은 이를 거부했고 전주시는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부영을 고발했다. ‘임대료 인상률이 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고발이 가능하다’는 국토부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전주시는 부영 측과 비슷한 분쟁을 겪고 있는 전북 남원시와 전남 여수시·목포시, 강원 춘천시, 제주 서귀포시 등과 함께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3∼2015년 3년간 계열사 자료를 제출하며 7곳의 계열사 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계열사 6곳의 실소유주를 자신이 아닌 차명소유주로 기재·신고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그룹은 서민을 상대로 하는 임대 사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다.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받아 현금을 챙겼고 분양 전환을 통해 시세차익까지 거두며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김대중정부 당시 공공임대 건설 지원자금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부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747억7734만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총 자산은 무려 21조7155억원을 기록하며 공정위 추산 재계 서열(공기업 제외)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3조원 가까운 자본을 투입해 부동산을 매입했다. 부영이 서민 임대료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서민 주거를 확충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부영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 부동산 업계는 이중근 1인 체제가 낳은 폐해라고 분석한다. 부영의 경우 총 34곳(해외 포함)에 이르는 계열사 모두 비상장사다. 기업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어 오너가 맘대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폐쇄적 구조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고 장남 이성훈(50) 부영 부사장의 지분 1.64% 외에 자녀 지분은 거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법 처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부영 전체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우리는 투명하게 기업 경영을 해왔다”며 “이 회장에 경영이 집중된다고 해서 우려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이중근 회장 1인 독식 체제, 부영 위기 낳았다
입력 2017-06-29 19:53 수정 2017-06-29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