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금연 결심 도왔지만 실행엔 한계

입력 2017-06-30 05:01

담뱃갑 경고그림이 흡연자에게 금연을 결심하는 계기는 제공했지만, 담배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어 실제 금연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29일 발표한 ‘담뱃갑 경고그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성인 흡연자의 절반(49.9%)이 “경고그림을 보고 금연을 결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흡연자 10명 중 6명(63.6%)은 “흡연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흡연자는 성인의 경우 81.6%, 청소년은 77.5%가 경고그림 때문에 “앞으로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사에는 성인·청소년 1500여명이 참여했다.

경고그림 10종 가운데 가장 효과가 높은 그림은 구강암과 후두암 그림이었다. 성인의 경우 구강암(3.97점) 후두암(3.96점)을 1, 2위로 꼽았고, 청소년은 후두암(3.80점) 구강암(3.67점)을 지목했다. 반면 경고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림은 피부노화, 성기능장애, 뇌졸중 등이었다. 성인은 피부노화(3.16점)가 가장 효과가 적다고 응답했고, 청소년은 뇌졸중(3.02점)이라고 답했다.

경고그림의 혐오 수위는 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았다. 가장 혐오감을 주는 것으로 꼽혔던 후두암과 구강암 그림도 외국 그림과 비교하면 혐오감 수치가 각각 5점 만점에 0.49점, 0.11점씩 더 낮았다.

경고그림은 지난해 12월 23일 전면 시행됐다.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11월(3억1000갑)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지난 3월부터는 다시 늘고 있다. 지난 2월 2억4000만갑까지 감소한 담배 판매량은 3월 2억8200만갑, 4월에는 3억500만갑까지 증가해 6개월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연말·연초에 담배 소비량이 반짝 줄어든 이유도 경고그림 때문이라기보다는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하는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금연구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오는 12월부터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