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으로 시력을 잃고 10년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아온 50대 여성이 국내 처음으로 인공망막을 이식받고 삶의 새 희망을 갖게 됐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화정(54)씨는 1997년 어두운 곳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카메라 필름에 해당되는 망막이 망가지는 병으로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다 결국 실명한다.
이씨 역시 10년 전부터 완전히 보지 못하게 됐다. 그런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다가왔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가 해외에서 인공망막(아르구스2) 이식 수술법을 들여와 이씨에게 처음 적용한 것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마크 후마윤 박사가 개발한 아르구스2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유럽 안전인증(CE) 마크를 획득했고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230여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후마윤 박사는 지난달 26일 5시간여에 걸친 이씨 수술에 함께 참여해 이식 장면을 지켜봤다.
인공망막 세트는 외부와 내부 요소로 이뤄져 있다. 바깥에는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특수 안경과 이미지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휴대용 컴퓨터(VPU), 내부로 무선 전송하는 외부 코일이 있다. 실제 안구 주변과 망막에 이식되는 것은 외부 정보를 전달받는 무선주파수신기, 특수 내장회로, 망막 신경세포(시신경)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백금 칩이다. 특수 안경의 카메라에 잡힌 여러 이미지의 시각 정보는 이런 내외부 장치를 통해 대뇌 시각 중추에 전달돼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수술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씨는 움직이는 차를 알아볼 수 있고 시력표의 큰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되찾았다. 이씨는 29일 “시력표 글씨를 다시 읽게 됐을 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고 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20여 차례 재활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일상생활과 독립 보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실명 위기에 처한 국내 환자 1만여명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식비용이 2억원으로 비싸다. 이씨 수술은 기업 등의 전액 후원으로 이뤄졌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잃었던 시력 되찾았다”… 인공망막 이식수술 국내 첫 성공
입력 2017-06-3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