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시동… 국정기획위, 조세·재정개혁특위 설치

입력 2017-06-30 05:01
뉴시스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조세정책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대기업의 세금 혜택을 줄이는 등 ‘부자 과세’를 강화하고, 월세 세입자의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조세정책의 방향을 부자 ‘감세’에서 ‘증세’로 틀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층 간 소득·자산 격차를 줄여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사항을 포함한 본격적인 조세 개혁 방안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브리핑을 갖고 조세 개혁 방향과 올해 추진할 세제개편안 일부를 발표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조세 개혁 방향은 그간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되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의 밑그림에는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대기업·고소득자 감세 정책이 소득분배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경기 침체 여파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만간 발표될 내년도 세법개정안에는 제한적인 개편 방안만 포함될 예정이다. 부자 증세의 대표적 수단인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본격적인 조세개혁안은 올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논의를 시작한다. 경유 가격 조정을 포함한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등도 특위에서 논의키로 했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세제 개편은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박 대변인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 과제들은 논의 기구를 통해 토론과 합의를 거쳐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제한적 세제 개편은 올 정기국회에 제출해 즉각 착수키로 했다. 현재 10%인 월세 세입자의 세액공제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폐업한 자영업자의 재기를 위한 체납액 한시 면제 등 중산·서민층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공약이행 소요 재원을 재정지출 구조조정, 세수 증가분,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고소득층 과세 강화,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정건희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