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죽지 않았어.”
칠레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승부차기 3연속 선방 쇼를 펼치며 펄펄 날았다. 소속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에서 ‘구멍’ 소리를 듣던 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29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 칠레와 포르투갈은 전후반,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싸웠지만 0의 균형을 유지하며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브라보는 승부차기에서 포르투갈의 키커로 나선 히카르도 콰레스마, 주앙 무티뉴, 루이스 나니의 킥을 연달아 막아냈다. 칠레가 승부차기 스코어 3대 0으로 포르투갈을 꺾고 결승 티켓을 거머쥐면서 브라보는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브라보는 지난해 8월 FC 바르셀로나에서 맨시티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 시절 스승이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브라보의 이적료는 세계축구 골키퍼 역대 6위에 해당하는 1800만 유로(약 227억원). 하지만 맨시티의 기대와 달리 브라보는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2016-2017시즌은 브라보에게 치욕스런 시간이었다. 직전 프리메라리가 리그에서 33경기에 출전해 86차례 선방을 보여줬던 브라보는 올 시즌 맨시티에서 22경기 출전하며 선방이 33차례에 그쳤다. 골 허용 횟수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친정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슈팅을 손으로 막다가 고의적인 핸드볼 반칙이 선언돼 퇴장되는 망신까지 샀다.
구단과 팬의 신뢰를 잃은 브라보는 시즌 도중 맨시티 백업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에게 주전 자리를 뺏겼다. 게다가 지난 6월에는 맨시티가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인 4000만 유로(약 500억원)를 주고 벤피카로부터 에데르손 모라에스를 영입하며 입지가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보는 조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브라보가 이번 활약을 슬럼프 탈출의 계기로 삼을지가 주목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구멍’이라던 칠레 골키퍼 브라보, 승부차기 3연속 선방쇼
입력 2017-06-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