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탄중·고 시절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볼보이를 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수원 삼성 선수들을 지켜보며 “나도 언젠가는 꼭 빅버드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 마침내 꿈을 이뤘다.
수원의 신인 공격수 유주안(19·사진). 그는 데뷔전 1골 1도움과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빅버드 신형엔진’으로 떠올랐다. 실력파 토종 선수들의 잇단 해외 유출로 상심했던 축구 팬들은 ‘무서운 10대’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유주안은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2017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45분 쐐기골을 터뜨려 수원의 3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25일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이었던 강원 FC와의 홈경기(3대 3 무)에 선발 출장해 1골 1도움을 올렸던 유주안은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16라운드에서 6위였던 수원은 유주안의 활약에 힘입어 30일 현재 7승6무4패(승점 27)를 기록하며 4위로 올라서 이번 시즌 최고 순위를 찍었다.
유주안은 수원 유스 시스템이 낳은 ‘보물’이다. 과거 스타들로 ‘호화 군단’을 꾸렸던 수원은 최근 긴축 재정으로 스타들을 영입하는 대신 유스팀인 매탄고의 유망주들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수원은 매년 매탄고에서 ‘신인 대어’를 낚고 있다. 권창훈(23·디종 FCO)과 구자룡(25)과 김건희(22), 김종우(24·이상 수원) 등이 대표적이다. 유주안은 이 같은 매탄고의 화수분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유주안은 2015년 칠레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투톱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탠 유망주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수원에 우선지명됐지만 이번 시즌 초반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피지컬이 약했고, 몸싸움에도 서툴렀기 때문이었다. 수원 관계자는 29일 “유주안은 U-17 대표팀 시절 키 172㎝에 몸무게도 57㎏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지금은 176㎝에 70㎏으로 체격이 좋아졌다”며 “지난겨울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과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유주안을 예의주시하던 서정원 수원 감독은 지난 20일 유주안이 안산 그리너스와의 R리그(2군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자 전격적으로 그를 1군 엔트리에 올렸다. 이제 유주안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유주안은 화려한 데뷔전으로 서 감독의 부름에 화답했다.
유주안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수비수 앞뒤와 중앙에서 많이 움직이고 연계해 주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며 “(권)창훈이 형이나 팀 동료 산토스와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목표로 잡은 2골을 2경기 만에 달성한 유주안은 7월 1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18라운드 경기에서 3경기 연속 골에 도전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빅버드 볼보이’가 ‘빅버드 해결사’로…수원삼성 19세 유주안
입력 2017-06-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