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인 ‘백남기 보고서’… 경찰 스스로 진상 밝혀라

입력 2017-06-29 19:43
집회 중 의식을 잃었다가 끝내 숨진 농민 백남기씨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관 등을 조사한 청문감사보고서가 마침내 공개됐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관은 사고 전날 살수차 운영지침을 처음 봤다. 야간에 물대포를 쏜 것도 처음이었다. 살수차 최대수압 제한 장치는 고장이 났으나 장비가 낡아 고칠 수 없었다. 장착된 CCTV는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노후됐다.’ 그동안 경찰이 법원의 제출명령에 항고장까지 내며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버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백씨가 의식을 잃은 집회는 2015년 11월 14일에 있었다. 그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2016년 9월 25일 숨졌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할 때까지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관련자 진술을 형식적으로 담은 청문보고서를 만들다가 유족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유를 대며 완성조차 하지 않았다. 비난이 쏟아졌지만 모두 무시했다.

검찰은 다음 달쯤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백씨의 사망 원인, 진단서 작성, 책임자 규명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역시 고발장이 접수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현안이 고려될 수도 있다.

결국 경찰의 의지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 개혁이 강조되면서 경찰의 숙원이던 ‘수사권 독립’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여론도 지나친 검찰권을 견제하는 데 동의할 뿐이라는 점을 경찰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사람이 경찰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게 현실이다. 경찰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백씨 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밝히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인권경찰로의 청사진을 담은 개혁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