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외부감사 적극 활용 땐 기업 가치 오히려 높아져”

입력 2017-06-29 18:27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부감사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지훈 기자

이달로 취임 1년을 맞은 최중경(61)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요즘 바쁘다.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태를 계기로 회계제도 개혁이 경제계의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정감사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 사무실을 찾은 28일 오후에도 최 회장은 직전까지 다른 일정을 소화하러 여의도에 다녀온 참이었다.

“경제의 성패는 효율적 자원 배분에 달려 있다. 그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은 결국 회계정보를 기초로 이뤄진다.” 최 회장이 임기 내내 지정감사제 확대를 힘주어 주장해 온 이유는 명확하다. 회계가 투명할수록 경제도 살아난다는 게 최 회장의 평소 지론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발전 여지가 남았음에도 경제성장률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회계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가능성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계업계 역시 지정감사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외부감사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정할 경우 필연적으로 회계법인이 ‘을(乙)’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태와 관련해 최근 법원이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구조적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 회장은 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업문화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기업주들이 외부감사를 귀찮아하거나 손해나는 일로 인식하는 문화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외부감사가 서양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이유는 기업들에 이점이 있어서”라며 “외부 전문가가 회사를 객관적으로 보도록 해 자기수정을 할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오너들이 외부감사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외부감사를 활용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던 최 회장에게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대뜸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최근 펴낸 ‘경제철학의 전환’이다.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변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새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 주도 성장도 좋지만 수요와 공급 측면의 조화가 필요하다”면서 “(책에서) 변 장관도 그렇게 얘기하던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책을 뒤적이던 최 회장은 손으로 한 구절을 짚으며 말했다. “변 장관이 ‘구체성은 당파성을 뛰어넘고 명백한 팩트는 정제되지 않은 이념을 부끄럽게 한다’고 여기 쓰여 있다. 정말 옳은 얘기다. 결국 결과가 말해준다.”

의도와 달리 어긋난 ‘결과’를 낳은 정책의 예로 2년이 지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제도를 들었다. 최 회장은 “(비정규직 법안은) 일자리 안정을 위해 만든 정책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2년마다 일자리를 전전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인간적 선의에 의한 정책이라도 현실의 이기심을 만나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 정부가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좀 더 실현 가능성 있고 유효성 있는 목표를 달성토록 정책을 정교하게 포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