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우리 밴드의 15년 음악생활의 보상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죠.”
4인조 신스록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는 지난 25일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현대 공연예술 페스티벌 무대에서 내려와 공연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21∼25일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 필턴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1970년 시작된 세계 최고 음악 페스티벌이다. 출연 뮤지션조차 발표되지 않은 개최 8개월 전에 약 18만장의 입장권이 판매 시작 10여분 만에 매진된다. 1000여팀이 공연하며 음악 장르는 록·일렉트로닉 음악부터 인도·아프리카 등 월드 음악까지 한계가 없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전 세계 뮤지션에게 꿈의 무대다.
피터팬 컴플렉스가 이 꿈의 무대에 섰다. 피터팬 컴플렉스가 만든 레이블의 첫 가수였던 프롬도 함께했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앞서 2014∼2016년 최고은, 술탄오브더디스코, 잠비나이 등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 25일 공연이 끝난 뒤 무대 근처 잔디밭에서 피터팬 컴플렉스와 만났다.
리더 전지한은 “가장 생각이 많았던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 음악을 하는 동양인으로서의 근본적인 물음부터 민족주의적인 물음까지 복잡한 생각을 했다”고 했다. 공연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밴드의 고민도 많았다. 멤버 김인근은 “공연하기 전에 멤버들끼리 회의를 했는데 김경인이 무대 위에서 전략을 미리 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편한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피터팬 컴플렉스 공연을 일부러 보러오는 한국 관객을 배려해 ‘너는 나에게’ 같은 옛날 노래를 선곡표에 많이 담았다.
피터팬 컴플렉스가 이날 공연한 라 푸시 팔러 무대엔 50여명의 관객이 모였다. 반 정도는 한국 관객이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100여개 무대 중 작은 무대에 속하고, 관객도 적은 편이었다. 멤버들 표정에서 아쉬운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지한은 “관객과 교감은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외국인들도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밴드가 마지막 곡으로 ‘첫사랑’을 부를 땐 대부분 관객이 전지한의 독특한 춤인 ‘멘붕춤’을 따라했다. 한 외국인은 무대 바로 앞 펜스를 붙잡고 넋을 놓은 채 공연을 지켜봤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한국 관객에게 “저 밴드 누구냐? 진짜 음악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이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공연이 성사된 데는 2014년 영국 런던 클럽 투어가 발화점 역할을 했다. 클럽 투어를 계기로 세 달 뒤 열린 영국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에 초청받게 됐는데, 그곳에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존(Zone) 중 하나인 실버 헤이즈 존의 총 책임자 말콤 헤인즈를 만났다. 말콤은 지난해 피터팬 컴플렉스에게 연락했다. 당시 실제 초청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말콤은 올해 또다시 연락을 해왔고 결국 공연이 성사됐다. 김경인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말콤이 잊지 않고 연락줘서 고마웠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또다시 글래스톤베리에 오게 되면 어떤 무대에 오르고 싶은지 묻자 전지한은 “이번에는 작은 무대에 섰는데 좀 더 큰 무대로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만 “일단은 열심히 우리 음악을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다작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래스톤베리=글·사진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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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컴플렉스, 꿈의 무대 ‘글레스톤베리’ 서다…현지 인터뷰
입력 2017-06-29 05:02 수정 2017-06-29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