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자·미용사·약사·강사·세탁소 사장·농업자… 우리 사회 기부천사는 ‘평범한 사람들’

입력 2017-06-28 21:33

지난해 10월 서부덕(77) 할머니는 50년간 보따리 장사를 해 모은 돈 8000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서 할머니가 어렵게 모은 돈을 쾌척한 것은 그 역시 돈이 없어서 학업의 꿈을 접어야 했던 한(恨) 때문이다. 할머니는 “돈 없는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오래전 품었던 뜻을 드디어 실천해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에도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00만원을 전남 보성 복지관에 기탁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2017년 행복나눔인’ 시상식에서 서 할머니에게 행복나눔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 상은 나눔을 실천해 온 개인이나 기업·단체에 복지부 장관이 주는 상이다. 서 할머니를 비롯한 개인 43명과 민간봉사단체 10개 기관이 수상하게 됐다.

축산물 유통업에 종사하는 곽성섭(43)씨는 2009년부터 60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그는 2013년부터 155차례 한우사골, 쇠고기, 돼지고기 등 6억8000만원 상당의 식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미용사인 김리환(56)씨는 2009년부터 9년간 이미용봉사단 대표로 활동하며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복지관 등 11곳에서 800회 이미용 봉사를 해왔다.

12년째 봉사단체에서 활동한 자영업자 엄정태(57)씨는 독거노인 목욕봉사, 결식아동 후원 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난 6년간 저소득가정 청소년 3000명에게 장학금과 학습지 지원금 9700만원을 지원했다. 약사인 이재경(53)씨는 2006년부터 4400만원 상당의 영양제를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했으며 55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2014년 아너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됐다.

안병수(66) 이명숙(61·여)씨 부부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삼대 가족이 30년째 결연아동 14명을 위해 980만원을 후원했다. 이외에도 재능 기부에 나선 강사·교수, 틈틈이 봉사활동을 이어온 회사원과 고등학생, 독거노인의 이불 세탁을 해준 세탁소 사장, 쌀을 기탁한 농업자 등 우리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단체에서는 의과·간호대학 연합 의료봉사동아리 ‘함사랑’(경기도), 고등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연탄을 기부하는 ‘연포나눔천사’(부산) 등 10개 기관이 수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