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대학병원 입원환자 보호자 황모(62)씨는 최근 “간호사들이 바빠도 너무 바쁘다. 영혼이 하나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씨 남편은 병원에서 담관절제술을 받고 위관으로 영양을 공급하던 차에 질식과 흡인성 폐렴 등으로 중태에 빠졌다. 황씨는 “간호사들이 환자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간호사의 직무 태만을 원인으로 돌렸다.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씨 사례와 같이 간호사에게 의료과실 책임을 묻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간호사를 대상으로 개시된 의료분쟁조정은 총 37건이다. 다만 상대방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아 기각된 사례를 고려하면 의료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간호계는 ‘높은 노동 강도’를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교대·야간 근무로 인한 건강문제 등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간호사 법정 인력 기준(환산기준 간호사 대비 환자 수 1:13)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1:5∼1:7)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상급종합병원은 평균적으로 간호사 대비 환자 수 1: 12, 종합병원은 1:21, 병원은 1:25 정도다. 국내 1810개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은 43곳, 종합병원은 301곳이다. 나머지는 모두 병원 급인데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하면 업무강도를 비롯해 급여나 복지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임 모 간호사는 일평균 12∼13명의 환자들을 돌본다고 말했다. 임 간호사는 “지방 병원들과 비교하면 환경이 나은 편이지만 근무강도가 절대 약하다고 볼 수 없다. 환자들의 입원부터 수술 준비, 각종 처치와 케어 등 업무 범위가 넓기 때문”이라며 “언론에 나온 화장실 못가는 간호사 이야기에 우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인력이 투입이 안 되면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통해 의료 질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을 구성해 24시간 전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해당 제도에 대한 인력기준도 상급종합병원은 1:7, 종합병원은 1:12, 병원은 1:16 이하로 강화했다. 다만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적정 인력 수급 등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간호협회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한다면서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시행 후 인력충원 부족으로 일반 병동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등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선기간 간협은 ▶병동 및 3교대 간호사 처우 개선 ▶간호인력배치 기준 상향 ▶지역간 간호인력 수습 해결대책 마련 등 관련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간호사 외에도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 다양한 의료인력이 함께 충원돼야한다. 직역에 따라 적정한 업무 분담이 필요하고, 홍보와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환자 ‘위협’하는 간호사 과중한 업무 덜어줘야
입력 2017-07-02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