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조직적 개입했다면 당 해체”… 해법 싸고 자중지란

입력 2017-06-29 05:00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 제보 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자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유미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뉴시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만일 당의 조직적 조작이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새 정치를 목표로 출범한 국민의당은 존재 목적과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제가 앞장서서 당 해체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도 제보 내용을 전달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면담 조사하는 등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엔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측과 만나 면담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제보 조작을 자백한 당원 이유미씨 조사를 위해 검찰 측과도 논의할 계획이다. 철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 차원 개입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되레 제보 조작 사건과 준용씨 취업 의혹을 한꺼번에 조사하기 위한 특검 도입 문제와 ‘안철수 책임론’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되는 등 자중지란에 빠진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물타기’라는 역풍을 우려해 검찰 수사 이후 특검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 일각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지도부에서 결론을 맺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개인 의견이 표출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박지원 전 대표는 “문준용씨와 관련된 의혹 문제도 차제에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검 도입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최종 책임을 지는 안 전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부 당원이 안 전 후보를 도우려던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 안 전 후보가 가만히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도 했다. 반면 안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전 후보도 제보 조작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안 전 후보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그에 따른 입장을 낼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전날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차원의 개입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이 의원은 “당원 이유미씨가 이틀간 검찰 조사에서 제보 조작을 혼자 했으며, 제보 조작 사실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작된 제보 내용이 발표됐던 지난 5월 5일을 전후로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발표 다음날인 5월 6일 이 전 최고위원은 “팩트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씨에게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씨는 “(제보자는) 이 정도 했으니 그만하자는 입장이다. 정말 난처하다. 내일도 졸라보겠다”고 답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발표 이후에도 조작을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