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국제중 5곳을 유지키로 한 것은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조 교육감이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내고도 다른 자녀는 못 다니게 없애려 한다”는 비난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교육부로 공을 넘겼다는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고교다양화 정책에 부정적이므로 굳이 교육감이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다만 조 교육감은 오락가락 행보와 이중적인 행태 때문에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등을 폐지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 탓으로 돌렸다. 교육부가 자사고 등을 폐지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해 재지정 평가를 해도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정 취소 기준(100점 만점에 60점)을 못 넘기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 국제중 재지정 평가는 평가자 주관이 점수에 반영되는 정성평가 항목 비중이 높다. 국제중은 100점 만점에서 정성평가 항목이 52점이나 된다. 객관적 수치를 놓고 평가하는 정량평가 항목의 비중보다 높다. 외고의 경우 정성평가 비중이 100점 중 45점이다. 자사고의 경우 35점이다. 교원 연수 실적이나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정량평가 항목은 1∼2년 사이에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정성평가 점수가 사실상 지정 취소 여부를 가르는 구조라는 얘기다. 자사고 외고 폐지는 교육감 의지에 달린 문제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교육청은 또 “시·도별로 (외고 자사고 등 폐지) 추진할 때 혼란상을 고려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고교체제 단순화 실행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교육부로 공을 넘긴 것인데 그동안 교육 자치권을 강조해온 태도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취임 초기 교육부와 일전을 불사하며 자사고 폐지를 추진했었다. 또 교육부가 2014년 말 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하려 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 “교육 자치에 역행한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는 굳이 조 교육감이 손대지 않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고교 내신절대평가(성취평가제)와 고교학점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외고 자사고 폐지는 고교 내신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다. 고교체제 단순화, 고교 내신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수능절대평가 등은 모두 맞물려 있다. 학생의 수업 선택권을 극대화하는 고교학점제를 실행하려면 내신절대평가는 필수적이란 전망이 많다. 상대평가라면 점수 따기 좋은 과목에 쏠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외고와 자사고를 그대로 두고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외고와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린 외고와 자사고 학부모 학생의 최대 불만은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일반고는 더욱 황폐해지고 고교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외고·자사고 재지정] 오락가락 조희연… ‘내년 교육감 선거 의식’ 분석
입력 2017-06-2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