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실외기가 필요 없는 대형 에어컨 칠러(chiller)를 중심으로 B2B(기업 간) 에어솔루션 사업을 확대한다.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한 LG전자는 소형 에어컨에서부터 대형 칠러까지 에어솔루션의 모든 영역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으로 확대 이전한 LG전자 칠러 공장을 27일 찾았다. 이 공장에서는 대형 상가나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냉난방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동에는 조선소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크레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완제품 무게가 최대 50t인 만큼 이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크레인이 필수적이다. 완성된 제품은 무진동차에 실려 이동한다.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공장 안에서 이뤄져 공장 규모는 14만8000㎡에 달한다. LG전자는 세밀한 용접 작업을 위해 지난 3월 칠러 용접 로봇을 도입했다.
연간 냉동기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곳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국내외 주요 시장에 공급된다. 지금까지 생산된 제품들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기업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청사, 킹칼리드 국제공항 등에 설치됐다.
칠러는 물을 냉각시켜 만든 차가운 바람으로 냉방을 하는 냉각 설비다. 보통 건물 지하에 칠러가 설치돼 찬바람을 만들고, 옥외 냉각탑을 통해 뜨거운 물이 방출된다. 일종의 대형 에어컨인 셈이다. 시스템에어컨과 달리 실외기가 필요하지 않다. 시스템에어컨이 각 공간을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큰 공간의 온도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데는 칠러가 효율적이다. 전 세계 칠러 시장은 약 14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다.
LG전자는 중동에 이어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칠러 시장은 제품 규모가 크고 내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존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 칠러BD담당 박영수 상무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 수주 등 무리한 영업은 지양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 100여명과 전문 인력들이 수주를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전체 에어솔루션 사업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50%에 근접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률 5% 이상의 수익을 올린 칠러 사업을 육성해 연평균 10% 이상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평택=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LG전자, 50t짜리 ‘칠러’ 원스톱 생산… 전 세계 16조 시장 공략
입력 2017-06-29 05:00